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금융그룹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낸 윌버 로스를 상무장관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브 너친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와 CNN 방송 등 미 언론들은 29일(현지시간) 30일 중에 이들에 대한 지명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거운동 당시 힐러리 클린턴과 월가의 유착을 맹비판하며, 대통령이 되면 월스트리트를 강력히 규제해 "워싱턴의 오물을 빼내겠다"고 했던 트럼프의 공언과는 상반된 행보다.
미 행정부 대외교역 정책을 담당하는 상무장관에 지명 예정인 윌버 로스는 1970년대 후반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 몸을 담은 이래 24년간 파산과 구조조정을 다룬 인물이다.
로스는 2000년 사모투자펀드 '윌버 로스 컴퍼니'를 창업해 '기업 사냥꾼', '파산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회사는 경영 위기에 처하거나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한 뒤 되팔아 이익을 얻는 회사다.
1997년 말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엔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 자문 및 중재역을 맡아 한라그룹 등 주요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도 관여했고, 한국산업은행 채권 헐값 인수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와도 수십 년에 걸친 인연이 있다. 1980년대 로스가 로스차일드에서 일할 당시 뉴저지 주 애틀랜틱 시티에 있는 트럼프의 카지노가 도산을 피할 수 있도록 도운 이후 교류를 지속했다.
대선 당시에는 트럼프 캠프에서 경제정책을 조언한 경제 자문가 그룹에서 활동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및 탈퇴 등 해외무역 강경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장관으로 발탁된 스티브 너친도 지난 2002년까지 17년간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월스트리트 출신이다.
골드만삭스를 퇴사한 후에는 2004년 헤지펀드 회사인 '듄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설립, 최고경영자로 활동했으며, 2008년 트럼프의 시카고 건설 사업에 투자를 한 인연이 있다.
올해 4월 트럼프가 공화당 뉴욕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하자 너친은 캠프의 재무책임자 자리를 맡아달라는 트럼프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로 선거자금 모금을 지휘했다.
로스와 너친의 재산은 갑부급이다. 포브스 집계로 로스는 2014년 당시 재산이 29억 달러(약 3조4000억 원)였으며, 너친의 재산도 4600만 달러(537억 원)에 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을 담당하게 될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인선은 지연되고 있지만, 군 출신의 매파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국무장관 후보로 상대적 온건파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대선 때 반(反) 트럼프 운동에 앞장선 그를 내각에 임명해선 안 된다는 내부의 반대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전 국장이 부상하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는 중부군 사령관과 이라크전을 이끈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이다.
퍼트레이어스는 지난 28일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자와 회동한 뒤 "좋은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도 "(퍼트레이어스에게)매우 감명 받았다"고 했다.
그가 국무장관에 최종 발탁되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3성 장군 출신의 마이클 플린, 국방장관 물망에 오르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과 함께 군 출신 강경파들이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무르게 된다.
대선 당시 트럼프 당선자가 군사적 수단보다 외교와 협상을 대외 정책 기조로 삼을 듯한 뉘앙스를 풍겼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각 구성이다.
특히 국방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제임스 매티스는 4성 장군 출신으로, '미친 개'라는 별명이 붙은 강경파 인물이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에 잇따라 참전한 경력이 있으며, 2005년 대테러전략과 관련한 공개토론회에서 "사람들을 쏘는 게 재미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매티스는 또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가 중동 지역 안정을 해치는 주요 위협이라고 비판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군사정책이 우유부단하다며 미군 전력 증강을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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