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자 사표를 냈던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의 '퇴임의 변'이 화제다.
김 전 장관은 29일 열린 이임식에서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오직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의 자세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법무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 왔다"며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사직을 결심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이 올바르고 더 나은 길인지 심사숙고한 끝에 사직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민무신불립'은 김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9일 장관에 취임할 때 첫 일성으로 던진 말이다. 취임 당시에는 이 말이 "윗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백성이 동요해 이탈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고, 본인의 몸가짐을 잘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현재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범죄 피의자로 입건됐고, 퇴진 및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에는 불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장관이 처음 사의를 표명했을 당시에는 박 대통령이 '검찰 수뇌부 압박용'으로 그를 경질했다는 해석이 나왔으나, 이후 진행된 상황을 보면, 명백한 '항명'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김 전 장관의 사표 수리를 일주일 동안이나 만류한 것을 보면, 박 대통령은 어지간히 당황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이 취임사에서 썼던 '민무신불립'이라는 말을 퇴임사에 가져다 쓴 것은 그래서 조금 다른 의미로 읽힌다.
송기호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말이 공자의 어록으로 논어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백성의 신뢰가 없이는 정부는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즉, 박 대통령의 퇴진이 당연하다는 맥락"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공자는 정치 곧 나라의 근본 목적을 足食(족식). 족병(足兵) 민신지의(民信之矣) 세가지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세가지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군병을 버리고(去兵) 이어 또 하나를 버려야만 한다면 식량을 버리라고 했습니다 (去食) 그러면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백성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일어설 수 없다. 즉 국민의 신뢰와 동의가 없이는 정치와 정부는 존립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법무는 대통령의 퇴진이 당연하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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