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도 130만 명이 광화문에서 합의된 구호 하나를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똑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 130만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26일 촛불집회에서 본 행사에는 가수 안치환 씨와 양희은 씨가 공연을 했다. 안치환 씨는 "이명박 시절부터 박근혜 시절까지 쌍용자동차 노동자부터 세월호, 백남기 농민까지 내가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며 살았는가 반성한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라며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불렀다. 그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가사를 즉석에서 개사해 "누가 뭐래도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부르며 "끝장냅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치환 씨는 청와대가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한 것을 꼬집기도 했다. 안 씨는 "제가 히말라야에 갔다 고산증에 걸려 고생했는데, 그때도 비아그라는 안 썼다. 거긴 해발 4000km 이상이었는데도 그랬다. 그래서 궁금하다. 왜 우리 세금으로 그랬을까. 조금 야릇하고 민망하고 창피해 죽겠다"고 말했다.
안 씨는 "평화롭고 전 세계에서 가장 폼나는 비폭력 시위를 유지하는 건 시간 끌다 끌려 나오기보다는 그나마 퇴진할 시간을 줄 때 내려오라 하는 것이다. 빨리 끝장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희은 씨는 <행복의 나라로>, <아침 이슬> <상록수>를 불렀다. 무대에 오른 양희은 씨는 "단지 대통령만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다.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연출가 변정주 씨가 이끈 뮤지컬 배우들이 부른 '레 미제라블' 주제곡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로 시작된다.
전봉준투쟁단 소속 농민들은 이날 무대에 올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운을 뗀 후 "우리는 여러분께 약속했다. 전봉준 투쟁단이 국민들께 약속했다. 농기계를 몰고 청와대로 진격하기로 했는데, 경찰의 불법적인 저지선을 뚫지 못해 전봉준 트랙터는 평택 시내에 멈춰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봉준 장군이 우금치를 넘지 못해 원혼이 떠돌건만, 우리가 동학농민군의 뜻을 이어가고자 했지만, 이번에 부족했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썩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농민은 목을 걸었다. 이것이 바로 농민이고, 우리 민족성이다. 정의 앞에 목숨을 걸고, 불의 앞에 물러서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평택에 멈춰 있는 전봉준 트랙터에 다시 시동을 걸고 성큼성큼 청와대로 가겠다. 전봉준 투쟁단이 트랙터를 앞세우고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는 날이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민중 세상이 열리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번 투쟁을 통해 통감했다. 사악한 박근혜 정권과 백남기 농민을 죽인 경찰은 촛불만으로는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촛불과 함께 농민은 농기계, 노동자는 총파업, 학생들은 동맹 휴업 등 전 민중의 항쟁만이 우리의 승리를 보장한다.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해 커다란 함성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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