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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 트럼프!"…'알트라이트' 대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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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 트럼프!"…'알트라이트' 대체 뭐기에?

트럼프 시대의 퇴행성, 미국도 '일베' 논란

"하일 트럼프! 하일 미국인! 하일 빅토리!"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 로널드레이건 빌딩에 나치식 경례가 울려퍼졌다. 자칭 '대안 우파(Alt-right, 알트라이트)' 싱크탱크인 '국가정책연구소(NPI)' 컨퍼런스가 열린 곳이다.

수백명 회원들 대부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참석했다.

연단에서 나치 경례를 이끈 이는 올해 38살인 리처드 스펜서. 그는 미국판 '일베'라고 할만한 알트라이트의 지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알트라이트에 대한) 각성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운동은 성공적"라며 "트럼프가 우리의 입장을 취하도록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나치 경례까지 등장한 행사 영상이 공개되자 트럼프 쇼크에 이어 알트라이트 쇼크가 미국 사회를 휘감았다.

가뜩이나 트럼프 당선자는 '알트라이트의 플랫폼'으로 간주되는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 설립자 스티븐 배넌을 수석전략가 겸 고문으로 임명해 알트라이트와의 연관성이 의심을 사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와 국수주의에 입각해 인종 차별, 여성 비하적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낸 점에서 알트라이트와 배넌, 트럼프 당선자는 상통한다.

'미국판 일베' 알트라이트, 도대체 뭐기에?

많은 전문가들은 '알트라이트'라는 용어가 극우적 이데올로기라는 본질을 중립적인 듯이 포장하고 있어 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트라이트에 관한 책을 낸 조지 하울리에 따르면 '알트라이트'라는 용어는 지난 2008년 리처드 스펜서가 만들었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2008년은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닥친 때였다.

처음엔 이 용어가 정치적으로는 보수 성향이면서도 조지 W. 부시 정부와 '네오콘(신보수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말로 쓰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인종 차별적인 요소가 알트라이트의 주요 특징이 됐다.

알트라이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트럼프가 대선에 도전장을 던지면서부터다. 이들은 진보 진영은 물론이고 공화당 등 미국 보수의 전통적 가치도 부정하는 트럼프에 환호했다. '정치적 올바름' 따위의 도덕적 규범은 오히려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됐다.

트럼프가 의도했건 아니건, 불법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으로 몰고 무슬림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그의 주장이 이들을 정치 공간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와 다른 방식으로 일조했다. 지난 8월 클린턴은 알트라이트를 지목하며 "과격한 주변 세력이 공화당을 접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이 말은 오히려 알트라이트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냈다.

알트라이트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특정한 조직적 형태 없이 익명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 미국 주류 진영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표출한다. 특히 '포챈(4chan)', '에잇챈(8chan)' 등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활동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자극적인 이미지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행위를 일컫는 '밈(Meme)'은 널리 알려진 이들의 활동 방식이다.

본래 매트 푸리의 만화 <보이스 클럽>에 등장하는 개구리 캐릭터인 '페페'를 변형한 이미지가 대표적인 '밈'이다. 알트라이트가 히틀러, 트럼프 등을 페페 캐릭터로 묘사하며 반유대, 반이민, 반무슬림 정서를 자극했다.

▲ 개구리 페페 캐릭터를 변형한 이미지. 트위터 캡쳐


이들의 적대적이고 자폐적인 행태의 본질이 공포심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색 인종과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백인들이 결국 미국 사회의 소수로 전락할 것이라는 공포다.

백인 남성 우월주의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또 다른 적으로 간주하는 여성 역시 경멸의 대상이다. 지난 19일 열린 행사에서 스펜서는 강한 남성에 끌리는 것이 여성의 본성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반이민, 반무슬림, 극우적인 국수주의는 유럽을 휩쓸고 있는 극우 광풍과도 맥이 닿는다. 스펜서는 "트럼프의 '우리' 개념은 미국을 말하지만, 알트라이트는 전 세계 모든 유럽 혈통을 우리로 여긴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럽 정부들도 알트라이트의 부상에 경계심이 역력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 소식통은 "알트라이트 이데올로기가 트럼프와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승리에 편승해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당선자는 2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알트라이트에 힘을 싣고 싶지 않다. 그들을 거부한다"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스티븐 배넌을 둘러싼 논란에는 "오랫동안 배넌을 알고 지냈다. 그는 알트라이트와 거리가 멀다"면서 "만약 배넌이 인종차별주의자이거나 알트라이트라고 생각했다면 임명을 고려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배넌을 옹호했다.

배넌 역시 지난 18일 "세계화를 지지하는 이들이 미국 노동계층의 간을 빼먹고 아시아에 중산층을 만들어줬다"면서 "나는 백인 국수주의자가 아니라 경제 국수주의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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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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