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우병우(49·사법연수원 21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수임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해 계좌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직권남용 등 비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근 법원에서 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우 수석의 금융거래 자료를 확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우 수석의 수임 신고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해왔다.
우 전 수석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거쳐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역임하고 2012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나 1년간 근무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 2014년 5월까지 1년가량 활동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시절 서울변호사회에 수임 건수만 신고하고 액수 보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해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해 선임서나 위임장을 공공기관에 제출할 때 사전에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속 변호사회는 특정 변호사가 사건을 몇 건 수임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다만, 수임액은 매번 알릴 필요가 없다.
수임 건수와 수임액은 매년 한 차례 보고한다. 수임 목록과 수임액 내역이 함께 담긴 연간 보고서를 제출하는 형태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2013∼2014년 이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사법 제28조의2(수임 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의 보고)에는 '변호사는 매년 1월 말까지 전년도에 처리한 수임사건의 건수와 수임액을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29조(변호인선임서 등의 지방변호사회 경유)는 '변호사는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에 관한 변호인선임서 또는 위임장 등을 공공기관에 제출할 때에는 사전에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변호사 활동 기간 20여건의 사건을 수임했다고 서울회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계좌추적 자료와 국세청 납세자료를 분석하면서 우 수석이 일부 사건을 맡으면서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호를 했거나 수임액을 축소한 정황이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9월 우 전 수석을 변호사법 위반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유사수신 투자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양돈업체 도나도나 최모 대표를 몰래 변론하고, 수임료를 축소 신고해 6천만원에 대한 소득세를 포탈했다는 주장이다.
원래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를 해왔으나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우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를 살피면서 이 사건을 가져와 함께 수사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10일 대통령 측근 인사의 비위 감독 업무를 맡는 민정수석으로서 '최순실 사태'를 사실상 묵인·방치하거나 배후에서 협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온 우 전 수석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그와 부인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특검 전에 의혹의 본류 격인 직무유기 혐의 수사를 본격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가족회사 '정강' 횡령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우 전 수석이 한 번 더 조사를 받는다면 검찰이 아닌 특검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수사를 제대로 하려면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문건 등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검찰이 청와대를 상대로 다시 판을 크게 벌이기에는 특검 출범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며 "결국 직무유기 의혹 본류 수사는 특검에서 진행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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