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규제 및 한국 연예인 광고 출연 제한 등을 일컫는 '한한령(限韓令)' 논란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한령'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면서 "중국은 양국의 인문 교류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앞장서 한국 콘텐츠 규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한 발언이다.
그러나 '한한령은 없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언이 외교적 발뺌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앞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지난 18일 "'한한령'이 한층 강화됐다. 광고도 안 된다"는 글과 함께 장쑤 위성TV가 당국으로부터 받은 한국 연예인 출연하는 방송 광고 금지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긴 내부 통지 문건 사진이 게시됐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광전총국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 한국 드라마를 번안한 작품 등을 일절 내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중국 공연을 승인받은 한국 스타들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겅 대변인은 또 "양국 간의 인문 교류는 민의가 기초가 되어야 하며 이는 모두가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한류 금지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민간의 자체적 결정에 따라 발생한 일에 관여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방송사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이 사실상 중국 정부의 통제 하에 있다는 점에서 겅 대변인의 발언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공식 문건이 아닌 내부 지침의 형태로 중국 정부의 입장이 전달될 경우 이를 문제 삼기는 더욱 쉽지 않다. 중국에 진출한 업체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에 문의를 해봐도 확인을 거부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사태가 이런데도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의 발뺌에 반색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는 중국 정부 당국자가 이른바 '한류 금지령'은 들어본 바 없다며 공식 부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정부는 문화 등 인문 분야 교류 협력은 양국 국민 간 상호 우호와 이해 증진에 기여하는 한중 관계의 기초로서 어떠한 외생적 상황에서도 굳건히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가 암암리에 '한한령'을 전개하는 직접적인 이유인 '외생적 상황', 즉 사드 배치 문제를 외면한 발언이다.
조 대변인은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 공유하고 필요한 대책 수립 등 관련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중국에서 한류 관련 사업을 하는 관계자들은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류 사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박신희 이오에스엔터네인먼트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국이 이렇게 한한령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사드 문제"라고 했다.
그는 "7월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나온 문제이고 이번에 한한령이 구체화된 것도 11월 16일에 있었던 사드 배치 장소 확정 때문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사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 같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사드 문제가 꼭 문화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라 문화와 관련된 화장품 등 상품에도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친다"면서 "어떤 분들은 지금까지도 힘들었는데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중국 떠나고 싶다고 푸념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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