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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브로커’ 판치는 폐광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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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브로커’ 판치는 폐광촌

까다롭고 복잡한 검진절차에 ‘진폐해결사’ 성업

최근 강원 태백시 등 폐광지역에는 전직 광부와 진폐환자들에게 접근해 진폐보상을 받게 해주겠다는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진폐재해자협회 등 태백지역 진폐단체에 따르면 최근 노동법률사무소나 노무사 간판을 앞세운 명함을 들고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진폐보상을 받게 해준다는 ‘산재해결사’들의 발길이 부쩍 증가했다.

이들은 진폐단체를 찾아가 도움이 필요한 진폐환자의 소개를 요청하는가 하면 수십년 탄광에 다녔지만 진폐장해 판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전직 광부들에게 진폐보상안내 전단지를 뿌리며 상담을 유도하고 있다.

▲진폐권익연대 소속 환자들이 흉부 사진을 들고 공정한 진폐장해 판정을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홍춘봉)

‘진폐, 이젠 맡겨 주세요’로 시작되는 일부 전단지는 ‘진폐에 관련한 문의사항이 있으면 아래 담당자에게 연락 주세요. 친절하게 무료 상담해 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ㅇㅇ노동법률사무소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이 붙었다.

또 다른 산재보상 전문법인 명함에는 ‘진폐’와 ‘만성폐쇄성 폐질환’ 및 장기 요양중 합병증 상담을 안내하고 있으나 사무소가 어느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지 안내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과 정선병원 등 진폐환자들이 요양중인 진폐병동에도 명함이나 전단지를 돌리며 환자들에게 더 높은 평균임금을 받게 해주거나 장해판정을 받게 해준다며 유혹하고 있다.

아울러 태백지역의 경우 시가지 주변에 ‘진폐 및 소음성 난청보상 안내’등의 현수막을 부착하고 전화를 하는 전직 광부들에게 진폐장해 판정에 유리하다며 장해심사 절차를 안내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진폐장해와 요양보상 등에 무료상담을 조건으로 하는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장해 보상금 수령시 30%의 높은 수임료와 부가세를 별도로 부담토록 하는 등 부당한 계약조건을 내걸고 있다.

태백시 장성동에 사는 진폐환자 A씨(78)는 산재브로커를 통해 만성폐쇄성폐질환 7급 장해를 판정받은 뒤 지난 8월 16일 3580만 원의 장해보상금을 수령했다.

산재브로커는 A씨에게 당초 약속한 30%보다 훨씬 많은 3283만 원을 수임료로 받아가면서 민형사상 문제가 두려운 때문인지 영수증도 발급하지 않고 일시 보상금의 91.7%에 해당하는 장해 급여를 수임료로 챙겼다.

진폐협회 관계자는 “원래 수임료는 장해보상 일시금 3580만 원의 30%인 985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 매달 받게 되는 연금까지 포함시켜 받은 것은 문제”라며 “진폐보상 절차와 규정을 모르는 전직 광부들을 상대로 한 브로커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를 당한 A씨는 “산재브로커는 장해일시금과 장차 수령할 연금까지 합친 보상금의 30%와 부가가치세를 수임료로 요구했다”며 “계약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수임료가 과다한지 당시는 몰랐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진폐장해를 받은 환자에게 당연히 지급되는 진폐 위로금의 경우에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면 수수료 없이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지만 브로커들은 위로금조차 30%의 높은 수임료를 받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진폐협회 관계자는 “3급 진폐장해를 받은 환자의 가족이 뒤늦게 위로금을 신청했는데 브로커를 통하는 바람에 2200만 원의 불필요한 수임료를 지급해야 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진폐보상 체계에 대한 홍보부족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폐광촌에 진폐환자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챙겨가는 브로커들이 판을 치는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진폐요양과 보상시스템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성희직 진폐상담소장은 “탄광에서 수십년 근무한 전직 광부 6000여 명이 매년 진폐검진을 받지만 상당수 검진자들은 정상 판정을 받는다”며 “그러나 브로커를 통해 검진을 받으면 보상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폐광촌과 진폐병원에 진폐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진폐보상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성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간 5000~6000여 명의 진폐환자들이 정밀검진을 실시하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요양대상은 2015년의 경우 28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탄광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권모(61)씨는 “장기간 탄광생활로 호흡곤란을 겪고 있지만 진폐정밀 검진에서는 매년 정상판정이 나온다”며 “근로복지공단의 판정결과는 고무줄 판정이라는 것이 대다수 환자들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진폐장해와 요양대상 심사기준은 진폐병형 판독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엑스선 판독과 심폐기능에 장해가 있어야 진폐보상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프레시아(홍춘봉)

한편 근로복지공단 태백지사와 영월지사 등 강원 폐광지역 일선 근로복지공단 민원 창구에는 진폐담당 직원이 근무하지만 진폐정밀검진 절차와 방법을 안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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