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김 청장이 '자진사퇴'하는 형식으로 사태의 조기수습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청와대가 재차 '선(先)진상규명론'을 내세우며 방어막을 치고 나서면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조기사퇴는 앞서가는 주장…특정인 거취문제가 본질이냐"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런 참극이 역사의 교훈이 되려면 정확히 무엇이 원인이고 잘못인지 진상규명이 전제돼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자꾸 특정인의 거취가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부각되는 것은 합리적, 이성적 논의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변인은 "자꾸 여론에 휩쓸려 일이 진행되면 안 된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퇴) 시점이 언제라는 등의 주장은 지나치게 앞서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석기 청장 거취와 관련한 청와대의 방침은 23일 국회에 제출할 인사청문요청서로 분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함께 김석기 청장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가 제출되면 당분간 김석기 청장을 경질하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이와 관련해 이동관 대변인은 "국회에 김석기 청장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도 함께 제출할 예정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내일 이야기하겠다"고 일단 피해가는 모습이었다.
"김 청장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를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이 대변인은 거듭 "내일 일은 내일 이야기하자"고만 답했다.
실제 청와대 내부에선 "사태가 '제2의 촛불' 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기 수습이 중요하다"는 논리와 "폭력시위 진압과정에서 일어난 일인데 무조건 사람을 자르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단언하긴 어렵지만 설 연휴 이전에 김 청장의 거취문제가 정리되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고민은 후임자 물색이 쉽지 않다는 것과 맞물려 있다. 현재 경찰청장인 치안총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치안정감은 임재식 경찰청 차장과 김도식 경기경찰청장, 한진희 경찰대학장 등 세명.
이 중 김도식 청장(57세)과 한진희 학장(58세)은 경찰 고위직의 관례적 퇴임 연령인 58세이거나 임박했다는 점이 약점이다. 게다가 한진희 학장은 지난해 7월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 시 촛불집회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응을 한 게 눈총을 사 부임 5개월만에 김석기 청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또한 임재식 차장은 전북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법조브로커 윤상림 사건에 연루돼 이름이 거론된 게 약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후임자 인선의 어려움이 선뜻 '김석기 경질'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기는 하지만, 사안의 인화력을 감안했을 때 설 전에 책임자 문책을 하지 못하고 넘길 경우 상황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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