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매주 도심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100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애써 무시하는 모양새다. 차관 인사를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일선 복귀까지도 예고했다. 자신에게 조여 오는 검찰 수사에는 침묵하면서 반대로 '엘시티(LCT) 비리'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스스로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시민들도 이에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촛불을 들겠다는 입장이다. 12일에 이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모이자! 광화문으로! 밝히자! 전국에서!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이 열렸다. 이날 집회는 서울만이 아니라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55여 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시민들의 한 손에는 촛불이, 다른 한 손에는 '이게 나라인가, 박근혜 퇴진'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50만 명(오후 8시)의 시민이 모였고 지방에는 25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와 최순실 덕분에 국민 대통합을 이뤘다"
"박근혜와 최순실 덕분에 국민 대통합을 이뤘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해 발언을 이어나갔다. 자신을 고3 수험생으로 밝힌 배유진 씨는 "학생은 공부나 하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수능을 치른 이제야 이 자리에 왔다"고 운을 뗐다.
배 씨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덕분에 국민이 대통합을 이뤘다"며 "우주의 기운을 받으면 이렇게 할 수 있나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이날 대구에서 ‘하야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왔다면서 "이제는 그만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대통령에게 선택할 시간을 다 준 거 같은데 여전히 퇴진을 하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귀 막고 눈 막고 그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를 보면 그렇지 않은 듯하다. 위안부 합의도 모자라 이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강행하려 한다. 이런 잘못된 것을 반대하면 '빨갱이', '종북'이라고 한다. 기가 막힌다. 이것도 '순실'이 시켜서 하는 건지 궁금하다. 대통령은 꼭두각시일지 모르나 우리는 아니다."
권영국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죄명이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따졌다. 권 변호사는 "청와대 비밀자료를 유출하고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 유출했을 뿐만 아니라 전경련을 통해 재벌에 강제로 모금을 했다"면서 "또한 국가사업을 하는 것처럼 속이고 자신의 재단으로 돈을 유용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을 대학에 부정입학시켰고, 범죄가 세상에 드러나자 재단을 해산하고 자료 파쇄에 이어 핵심 증인끼리 말까지 맞췄다"면서 "이러한 최순실의 죄는 박근혜의 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이 모든 죄를 합치면 무기징역을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그런 죄를 받아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엘시티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도둑이 매를 들 때도 분수를 지켜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분수가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촛불을 들자고 독려했다. 그는 "사실 대통령이 저지른 가장 큰 범죄는 이 나라 국민의 자존심을 능멸하고 국민의 주권을 침탈한 죄"라며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촛불은 바람 불면 다 꺼진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제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어 대통령을 끌어낼 때까지 싸우자"고 촉구했다.
노동계, 청소년, 시민들, 원로들 "박근혜 퇴진하라"
이날 촛불집회가 끝난 오후 8시 20분께,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흩어져 청와대로 행진했다. 경찰은 12일 열린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행진 금지 구역에 들어온 점을 들어 율곡로 이남으로 행진을 제한했으나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의 가처분 신청인용으로 12일과 동일한 수준,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일명 내자동 로터리)까지의 행진이 가능하게 됐다.
경찰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과 율곡로 일대에 202개 중대 1만600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 지방에서도 51개 중대 4000여 명을 동원했다.
한편,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서울광장에서는 한국노총 주최로 '박근혜 퇴진, 노동정책 무효'를 촉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조합원 2만여 명 참가)가 열렸다.
또한 이날 '박근혜 정권 퇴진 서울행동’ 주최로 7000여 명의 시민들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홍대입구역, 삼각지역, 마로니에공원 등 서울 동서남북 4개 권역에서 각각 사전집회를 연 뒤 도심을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들도 앞서 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는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청소년 시국대회를 열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와 종교계, 노동계 등 원로 100여명은 이날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원로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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