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용산 철거민 농성 현장에서 발생한 대량 사상사건과 관련해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끊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위를 하는 쪽에 책임이 있다는 의미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하긴 했지만, 강경진압의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과격시위'만 부각시킨 것.
'과격시위' 운운하다 "개인적 입장" 해명
논란이 일자 청와대 측은 "'과격시위의 악순환'을 언급한 것은 해당 관계자의 개인적 의견"이라면서 "경위야 어찌됐든 이번 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빚어진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무총리의 담화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도중 정동기 민정수석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진상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청와대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극히 꺼리고 있다.
야당들이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즉각 해임을 촉구하고 나선 대목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입장을 밝힐 만한 단계가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나 현장방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청와대 측은 "이런저런 생각은 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대리사과' 한승수 "깊은 유감, 하지만…"
대신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낮 3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정부의 입장을 밝히며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했다. 일종의 '대리사과'다.
한 총리는 "이후 여하를 불문하고 국무총리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라면서 고개를 조아리면서도 이번 농성이 화염병을 동원한 '불법시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불법 농성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을 잃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규정한 한 총리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 한명이 귀중한 생명으로 잃었고, 시위중이던 다섯 사람도 귀한 목숨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이번일이 발생한 원인과 경위를 최대한 신속하게 철저하게 조사하다"며 "불법점거와 해산의 일까지의 모든 과정에 대해서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어 한 총리는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불법폭력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어느 누구에 의한 것이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도 했다.
한 총리는 "국민 여러분께서도 법과 질서를 지키는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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