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외교 분야에서부터 민심을 가르고 국정운영 주도권 탈환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같은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회담 주최 측인 일본이 우리와 중국에 날짜를 제의하고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담 날짜조차 확정되지 않은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을 공식화 한 것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8일, 외교부를 통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불참을 수세적으로 알릴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다.
현재 일본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내달 19~20일에 개최하는 방안을 한국과 중국 측에 타진했으나, 중국 측이 난색을 표해 확정짓지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조준혁 대변인은 "이번 정상회의는 작년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복원한 한중일 3국 간 협력 체제가 지속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 정상의 참석은 상당히 중요하고 참석하지 않을 경우 외교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일주일 전, APEC 불참 이유로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함"을 들었던 것과 모순된다.
일본과 중국 언론이 최순실 게이트를 집중 보도하는 등 국가적 망신을 자초한 지지율 5%짜리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서 해외 정상들과 얼마나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사실상 국정운영 능력을 상실한 박 대통령이 외교 행보 재개한 실제 목적은 정국 상황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오기 정치로 풀이된다. 국민들과 야권의 하야 및 퇴진 요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들어 부쩍 외교안보 이슈들을 키우는 배경에는 보수층 결집을 시도해 촛불 민심과 갈라치려는 정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사드와 한일 군사정보협정 등을 청와대가 주도해 속도전으로 이끌며 보수층 일각에서 '외교안보 문제만큼은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이끌어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엘시티(LCT) 비리사건 엄정 수사를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하는가 하면,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외교 행보까지 본격화한 박 대통령의 전방위적 국정 운영 재개는 성난 촛불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평화적으로 진행되어 온 촛불 집회가 박 대통령의 오기 정치로 인해 과열 양상으로 뒤바뀌면, '일부 과격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어 국면을 전환시켜보려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노림수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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