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관련, 야당 중 비교적 온건 성향으로 평가받던 국민의당 지도부가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 결합하는 등 '강경' 쪽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 모양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현 상황을 "결정적 시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홍익대 앞 거리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벌인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에 참석했다. 그간 안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주장해 왔지만, 박 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이와는 다소 거리를 둔 입장이었다.
다만 박 위원장은 '서명운동 참여가 박 대통령 퇴진론에 동의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당의 유망 대권 후보가 하는 일이기에 힘을 실어드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참여했다"고 답하며 한 발을 뺐다.
박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오는 1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당원 수만 명이 결합할 계획이라면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늘 '장외 투쟁'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DJ는 늘 장외 투쟁에 반대하다가 '결정적 시기'에 한 번씩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이 그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냐'는 물음이 나오자 그는 '그렇다'고 했다.
12일 촛불집회 이후 상황에 대해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박계를 만나 이야기해 봐도, 탄핵 표를 계산해 보면 (200석이) 안 나온다. 야권 표를 다 모아도 171석이라 결국 여당 '이탈 표'가 있어야 한다"며 "하야나 퇴진을 어떻게 당론으로 정하겠느냐. 그것은 대통령이 결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12일 (집회) 민심을 보고 단계적으로 가겠다"고 문을 열어뒀다.
박 위원장이 언급한 '단계적 대응'과 관련, 현재 야권에서는 먼저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고,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하고, 이후 특검 결과를 보며 대통령 하야나 탄핵을 재차 강하게 밀어붙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금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거론되더라도 중요하게 나오지 않은 핵심 인물이 4명 있다"며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아주 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핵심 인물'이 있다는 주장은 특검 추진의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특검 인선과 관련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거론된다는 질문을 받고 "(채 전 총장) 본인이 한다고 하면 할 수 있다", "팟캐스트 방송에도 출연하는 것을 보면 본인이 이제 뭔가 해보려 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과연 하겠느냐"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검찰에 있던 사람은, 아무리 싸우고 나왔어도 친정에 (칼을) 못 겨눈다"며 "차라리 검찰에 끈이 없는 강직한 판사(출신 변호사)가 하는 게 좋다. 그래서 내가 처음에 이광범 변호사를 추천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동아일보>는 임수빈·이광범 변호사 등이 야권에서 추진하는 특검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그는 '거국 중립 내각' 해법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내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게 '대통령이 탈당한 다음에 3당 대표와 대통령 넷이서 회담을 하고 거기서 총리를 뽑자'고 제안했는데, 결국 그렇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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