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패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던 여론조사업체들이 정반대 결과가 나오자 뼈아픈 반성문을 썼다.
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이날 내놓은 언론 배포자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인단 승부에서 승자로 예상된다. 여론조사들이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다"고 인정했다.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퓨리서치센터와 마리스트칼리지, 유고브, 서베이몽키 등 조사기관의 유명 여론전문가들이 위원회 구성원으로 소속된 단체다.
연합회는 "힐러리 클린턴이 득표수에서 승리할지는 몰라도 여론조사에서 예상했던 3∼4%포인트 우위보다는 낮을 것"이라며 "많은 조사가 클린턴 지지 수준을 과대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7시 현재(한국시간 10일 오전 9시) CNN 집계 결과 클린턴은 47.7%(5천983만여 표)의 득표율로 트럼프(47.5%·5천961만여 표)에 0.2%포인트 앞서있다.
다만 승자독식제의 간접선거 형태로 치러지는 미국 대선 특성상 트럼프는 선거인단 절반(269명)을 넘긴 290명을 확보해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클린턴이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228명이다. 아직 뉴햄프셔(선거인단 4명)와 미시간(16명)의 승패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대선일 직전까지 대부분의 미국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클린턴이 지지율에서 앞서는 것은 물론 선거인단 수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는 예상 결과를 내놨다.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선거인단 수에서 큰 차이로 승리하자 여론조사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다.
연합회는 "'여론조사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오류들이 나타난 이유를 놓고 많은 추측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이번 대선에서 전국 단위와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을 과소평가한 오류를 분석해 대안을 내놓기로 했다.
CNN방송의 정치담당 기자이자 진행자인 제이크 태퍼는 "여론조사업계는 폐업할 것"이라며 일침을 놨다.
계층별 중요도를 간과한 게 여론조사기관들이 '엉터리' 조사 결과를 내놓은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제프 가린은 많은 조사가 트럼프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저학력 백인 계층을 충분히 샘플링하지 않았고 인구학적 지형의 다변화를 너무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대선 예측에 실패하면서 '족집게 실력'을 과시한 기관이 주목을 받았다.
대선일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나온 11개 조사 결과 가운데 트럼프의 승리를 점친 조사는 단 2개(LA타임스-USC와 IBD-TIPP)였다.
LA타임스-USC의 조사는 무작위로 표본을 뽑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같은 사람들을 상대로 매번 이뤄졌고 흑인 유권자들에게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LA타임스의 방식은 "실험적"이라는 업계의 비난을 받았지만 4년 전에 이어 올해 대선에서도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골드 스탠더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