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직전 영국 <인디펜던트>는 "평화를 위해서라면 클린턴보다 트럼프가 낫다"고 보도했다.
중동과 유럽, 동아시아에 '신냉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적극적 개입주의를 내건 매파 힐러리 클린턴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고 보호무역과 군사적 분쟁에 협상을 우선시하는 트럼프가 '평화'의 측면에선 낫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물론 실제 그렇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는 예측불가능하고, 그의 대외 정책은 실현 가능성에 많은 의심을 사고 있다. 후보 시절과 달리 미국 행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의 입장에 서면 급속하게 표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사주의, 심지어 타국의 내정 개입까지 당연시한 미국의 호전파들과 힐러리 클린턴의 '뻔한 미래'보다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미국의 군사패권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에게 거는, 거의 유일한 '희망사항'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 경제적 갈등 예상
트럼프 시대의 미국 외교정책에서 우선 주목되는 대목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해빙될지 여부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유럽과 중동에서 '신냉전'이라는 말이 일상이 될 정도로 긴장관계를 긋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주류와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가장 긴장하는 대목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동맹의 약화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은 지난 26일 열린 NATO 국방장관 회담에서 4000명의 특수전력을 러시아 국경에 새로 배치하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에 맞서 러시아도 최근 유럽에서 무력 증강에 나선 상태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에 납부하는 분담금이 터무니 없이 적다"면서 "분담금을 늘리지 않는 이상 동맹국들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서양 군사동맹의 핵심인 나토와의 갈등, 공화당과 민주당 등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트럼프가 실제로 이 같은 정책을 실현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매파로 분류된 클린턴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가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적지 않다.
대선 기간동안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브로맨스'라는 언론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밀월을 의심받기도 했다. 클린턴 캠프는 위키리크스의 해킹과 폭로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완전한 헛소리"라고 이를 일축했다.
시리아 사태도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사다. 5년 넘게 끌고 있는 시리아 사태의 실질적인 배경은 미국과 러시아의 중동 갈등이기 때문이다.
현재 아사드 정권 전복을 목표로 하는 미국과 연합군이 시리아를 압박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최첨단 요격 미사일 S-300, S-400을 시리아에 배치하는 등 시리아 사태는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푸틴 대통령을 "강력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며 IS 격퇴를 위해 러시아와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인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시리아 개입 전략에도 일정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6개국과 이란 사이에 맺어진 '이란 핵 합의'를 비난하며 "취임 즉시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실제로 이를 추진할 경우 중동 정세에 또 다른 파장이 번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중국과 '무역 전쟁'을 비롯한 경제적 갈등이 예상된다.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는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위안화 환율 조작이나 불공정 무역 거래를 통해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철퇴를 가하겠다며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이같은 정책 기조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가 미 대선 전 사설을 통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 면에서 양국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대목이 이를 반증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자신의 공언대로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46%의 관세를 매기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도 이에 맞선 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어 양국이 무역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이 중국 봉쇄를 목적으로 추진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변화할 경우, 남중국해 등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갈등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본과 한국, 호주, 필리핀 등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군사-경제적 협력으로 대중 포위전략을 구사해 온 미국의 정책 기조가 변화되느냐에 달렸다.
중국 일각에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손에 넣는다면 미사일방어망으로 중국을 포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클린턴에 비해 군사적 측면에선 트럼프가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인 점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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