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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살라미 전술'…야권은 덫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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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살라미 전술'…야권은 덫에 걸렸다

더 잃을 것 없다는 朴…헌법 농락해 놓고 헌법 타령하는 靑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살라미 전술'을 통해 정국을 교란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에 책임 총리 카드를 던져놓고 책임 총리의 권한을 모호하게 만들어 야권의 자중지란을 유도하고 있다. 정치권이 '책임 총리의 덫'에 빠진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두 번째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어떤 후속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발표했던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버리는 카드로 희생시킨 후, 국회에 총리 인선권을 던졌다. 2선 후퇴 요구는 "법에 없는 개념"이라는 취지로 뭉개고 있다. 탈당 등의 후속 카드는 아껴두는 모양새다.

"뼈를 깎는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먹히지 않는다. 이미 지지율 바닥을 기록하고 있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안에서는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는 태도가 읽힌다. 박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민심이 아니다. 정치권의 자중지란을 유도해 남은 임기를 보호받겠다는 목적 외에 다른 것은 고려치 않는 분위기다.

특검은 국회의 몫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는 세 가지 카드가 존재한다. 책임 총리 인선, 이정현 친박 지도부 총사퇴, 그리고 '탈당 카드'다. 야당이 요구하는 '하야'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떤 카드를 내놓아도 야당이 계속 거부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탈당이나 친박 지도부 총사퇴 등은 꺼내지도 않고 있다. 이같은 카드를 내놓더라도, 각종 '조건'을 붙이는 방식으로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금 정국은 탈당은 커녕 '책임 총리 논란'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헌법 농락해놓고 헌법 타령하는 청와대

청와대가 원하는 것은 명백하다. 배성례 홍보수석은 9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인 내각통할권,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 모두 총리가 강력하게 권한 행사하는 것을 박 대통령이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국무총리가 인준이 된다고 하더라도, 결재판을 들고 대통령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의 지위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대로 간다"는 일종의 '준법 투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 임면권을 총리에게 완전히 넘긴다는 것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 표현은 헌법에 명시된 것"이라며 "더 이상 해석할 수 없는 이야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여전한 결재권자라는 말이다.

'지금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중심의 헌정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 관계자는 "헌법이 이미 어떻게 중단이 됐느냐"라며 "어려운 상황이어도 헌정이 중단됐다는 건 아니다. 나라는 굴러가야 하고 경제 상황, 미국 대선 등 대통령이 경제, 외교에 대해 정말 치밀하게 대비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통령이 직무수행 하지 말라는 것인가. 나라가 가야하는데 헌정 중단 사태가 되면 불행한 것"이라며 "질문의 뜻은 알지만 대통령이 지금 처지에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 총리' 자체가 말장난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탈당하고 2선 후퇴를 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정치 구호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탈당 요구 등) 야당이 주장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은 경청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2선 후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정치권에서도 2선 후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그러나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앞으로도 국정 쇄신 카드를 살라미처럼 잘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의미를 모호하게 만들어 정치권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잃을 게 없는 박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본인 스스로가 망가뜨린 헌법의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 자리를 보존하는 일이다.

10명 이상 총리 후보자 난립"朴이 친 덫에 걸리면 안된다"

야당은 예상대로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 "지금 실제로 십여 명 이상의 총리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우리 3당이 국회에서 합의되기가 어렵다"고 야권이 혼란 상태에 빠졌음을 인정했다. 박 위원장은 "실제로 어떠한 권한도, 대통령의 2선 후퇴 등 어떠한 것도 없이 총리만 덜컥 된다고 하면 그러한 (박근혜 대통령이 놓은) 덫에 완전히 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위원장은 정국 해법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에서 탈당을 해야만 거국내각이 되었든 진지한 논의가 되는 것"이라며 "야 3당 대표들과 대통령이 앉아서 진지하게 모든 것을 논의해서 총리를 추천하고 국회에서 인준해서 임명하게 되면 그분(총리)이 우선 최순실 사단과 우병우 사단을 제거해야 한다. 인적 청산 없는 거국 내각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이 어떻게 할 것인지, 검찰 수사받고 특검 수사받고 이런 식의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총리의 권한과 관련해 "내치와 외치를 구분할 수가 없다"며 "내각의 권한을 넘어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 즉 국정원과 감사원, 군통수권, 계엄권 또는 사법부나 헌재,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등 많은 인사권(을 포함해) 전반을 거국중립내각에 맡기고 대통령이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왕좌왕한 끝에 야3당은 뒤늦게 대통령의 국무총리 추천 제안을 거부하고 12일 열릴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 하야 요구를 두고도 야 3당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만큼 박 대통령의 '살라미 전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회동을 통해 △이번 사건 성격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 △12일 국민 집회에 당력 집중 적극 참여 △국정조사와 별도 특검 신속 추진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인준 제안 거부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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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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