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결국 외교 공백까지 초래했다.
외교부는 오는 19~2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8일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함을 감안해서 금년도 APEC 정상회의에는 대통령께서 참석하지 않기로 9월에 이미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현재 참석자에 대해서는 관련 상황을 지켜보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며, 다음주 초쯤 발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하게 9월에 이미 대통령 불참이 결정됐다는 입장이지만,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이래 3년 연속으로 APEC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했다. APEC 정상회의는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1차 회의 이래 23년간 대통령이 단 한번도 빠짐 없이 직접 참석해온 행사다.
또한 외교부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불참 이유로 들었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북핵 관련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을 확정지은 APEC 회의에 한국 대통령의 불참은 선뜻 이해되기 어렵다.
외국의 주요 정상들이 연말 최대의 국제외교 이벤트에서 양자 및 다자 회담을 조율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불참함으로써 야기될 외교적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불참은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박 대통령이 국제외교 활동에 정상적으로 나설 수 없는 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내치뿐 아니라 외치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이 이미 붕괴한 신호다.
대통령이 불참하는 경우에는 통상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한다. 그러나 새 총리 후보 지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 역시 불투명하다.
김병준 총리 지명자에 대한 지명 철회가 확정적이고, 황교안 총리가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물러날 총리가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이에 따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