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핵심인물 3명을 동시에 불러 조사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안 전 수석의 다이어리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두 사람을 구치소에서 함께 불러내 국정농단 의혹 조사를 이어갔다.
안 전 수석은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납부를 강요하고 '문화계 비선 실세'로 불린 차은택(47)씨 측근들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를 도운 혐의 등으로 이날 새벽 구속됐다.
정 전 비서관도 최씨에게 청와대 대외비 문서를 대거 넘긴 혐의로 비슷한 시점 법원에서 검찰의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에 수감됐다.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왕수석'과 '문고리 권력'이 동시에 구속됨에 따라 이날 검찰 조사 방향과 진술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관건은 재단 출연금 모금과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에 박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이들이 어떤 진술을 풀어내느냐에 따라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 시점과 방식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선 두 사람이 아직은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모든 법적 책임을 떠안는 방향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두 사안에 박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주변 진술과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오전에는 최씨가 검찰에 나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검찰 출석 이후 일주일째다. 그는 관련 의혹에 대해 입을 다문 채 줄곧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재단 출연금 강요와 개인회사 '더블루K'를 통해 공기업과의 사업 계약을 핑계로 7억원대 예산을 편취하려 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지난 3일 관련자 가운데 가장 먼저 구속됐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 분석 작업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은 최근 안 전 수석으로부터 청와대의 각종 행사 일정과 업무 내용을 담은 다이어리를 확보해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박 대통령이 작년 7월 청와대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다이어리를 토대로 박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재단 설립 및 출연금 모금에 관여했는지, 최씨에게 도움을 준 청와대 인사가 더 있는지 등을 파악햐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더불어 지난달 29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의 개인·업무용 휴대전화 2대를 확보했다. 해당 기기엔 최씨의 국정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파일과 메모 등이 저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씨와 상당히 장기간 밀접하게 교류한 것으로 보고 그 배경과 함께 유출된 청와대 기록·문서·정보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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