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 "29일 밤 12시까지 점거농성을 조건없이 풀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모든 질서회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했다.
31일에는 여야 합의된 법안만 처리
▲ 사실상 친정 편을 들어준 것으로 보이는 김형오 의장ⓒ뉴시스 |
'민생법안'이라는 단어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는 매우 크다. 하지만 김 의장은 '여야 합의된'이라는 단서를 붙여놓아 언론관계법 등 한나라당이 요구한 법안 85개가 모두 처리될 가능성은 없어진 셈이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에 앞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야당 입장에서 크게 이견이 없다고 하는 것이 85개 중에 반이 넘을 것"이라며 "그런 것부터 하고 다른 부분은 찬찬히 따져서 협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장은 "오늘(29일) 밤12시까지 본회의장을 비롯한 의사당 내 모든 점거 농성을 조건 없이 풀고, 모든 시설물을 원상 복구시킬 것을 요구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국회의장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질서회복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압박했다.
그는 "내일 이후 국회의 모든 회의장과 사무실이 누구에 의해서도 점거·파괴 당하지 않도록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안 상정 여부와 무관하게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는 한나라당 쪽에 유리한 결정이다. 직접 의원들이 나서 몸싸움을 하지 않고 민주당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만약 대화와 합의 없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회의장으로서 마지막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직권상정의 문제를 포함하여 저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겠으며 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친정'편 들어주기?
김 의장의 입장은 언뜻 복잡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한발 양보를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론 친정인 한나라당 쪽에 가까운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31일에는 '여야 합의된'법안만 일단 처리하겠다는 것이지만, 일단 민주당을 무장해제시키고 나면 개별 상임위에서 한나라당이 원하는 법안 처리의 길이 모두 열리게 된다.
또한 민주당이 무장해제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마지막 결단'을 내리겠다고 압박하고 나섬으로써 여야 합의된 수준 이상의 법안이 직권상정될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다.
게다가 의장 스스로 '질서회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함에 따라 한나라당의 부담도 덜어준 셈이다. 결국 '연내 85개 법안 처리'라는 한나라당의 요구 중에 '연내'만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나머지 길은 다 열어준 셈이라는 이야기다. 임시국회 회기는 내년 1월 8일까지. 따라서 김 의장의 이날 발표는 '연내 처리'라는 시한을 1주일 가량 연장한 것일 뿐, 여야 충돌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한 것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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