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된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것은 일단 인적쇄신 카드다. 인사권을 놓지 않는 등, 국정 전반에서 여전히 손을 떼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자신의 '수족'인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 그리고 '최순실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받은 우병우, 안종범 수석 및 대통령 비서실장을 경질한 박 대통령은 조만간 황교안 국무총리를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황 총리 후임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제안한 '거국 중립 내각' 수준의 개각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를 '책임 총리'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거국 중립 내각? 난파선에 왜 뛰어드느냐"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거국 중립 내각과, 야당이 주장하는 거국 중립 내각, 그리고 청와대가 견지하고 있는 '책임 총리'는 모두 뉘앙스가 다르다.
새누리당은 총리 추천권을 여당이 가져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 '논문 표절 공세'를 펴 낙마시켰던 인사다.
청와대의 기류는 새누리당과 다르다. '거국 내각'이라기보다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보장해주는 수준의 '책임 총리' 방식에 가깝다. 총리 임명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만큼, 이를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의 입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원한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이 총리를 추천하는 내각이 무슨 거국 중립 내각이냐. 또다시 국민을 속이는 짓"이라며 "국면을 모면하고 전환하려는 잔꾀에 지나지 않는다. 거국 중립 내각은 새누리당이 구성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문 전 대표는 "거국 중립 내각이 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며 "그리하여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 일각에서는 거국 중립 내각을 아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난파선에 왜 뛰어들어야 하느냐"는 이유다. 대선을 치르기도 전에 국정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제안하는 식으로 입장을 계속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현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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