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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가 된 생선구이 사장님, 돌멩이를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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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가 된 생선구이 사장님, 돌멩이를 들다

[재난의 유산을 말하다] 조옥선 통영생선구이 사장

가수 싸이와 분쟁을 겪은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 지난한 과정 끝에 싸이의 사과를 받았다, 그리고 자발적인 회복 기간을 가지는 것에 합의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한 합의를 하기까지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여러 차례 강제 집행이 있었다.

지난 8월 31일자로 드로잉은 싸이 건물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들은 지난 1년여 동안 자신들이 겪은 일을 '재난'으로 칭했다. 말 그대로 뜻하지 않게 생긴 불행한 변고였다. 문제는 이러한 재난이 자신들에게만 다가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난 1년여 동안 체화했다는 점이다. 서울 곳곳에서 '건물주-세입자' 간 분쟁이 일어난다. 그들의 언어를 빌리면 곳곳이 재난현장이다.

<프레시안>에서는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준비한 기획 기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재난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재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일종의 '재난 유산'을 글의 형식을 빌려 정리했다. 여기에는 재난을 직접 겪은 이들부터 재난을 목격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예정이다. 인터뷰는 최소연 디렉터가 진행했다.

▲ 조옥선 통영생선구이 사장. 2010년 3월 중순, 가게를 열었다. 장사 5년이 되기 2달 전에 건물주로부터 내용 증명을 받았다. 2015년 12월 5일, 강제 집행 계고장을 받았다. 가게로 돌아와 가게를 지키기 위해 H빔을 설치했다. 그 후 죽을 각오로 가게에서 매일 쪽잠을 잤다. 그리고 더는 버틸 힘이 없어 2016년 5월에 합의했다. 가게 문을 닫으며 청소까지 해주고 나왔다. 2016년 8월 3일, 가게를 다시 오픈했다. 딸도 같은 동네에서 꽃집 ‘두플라워’를 운영하고 있지만 내쫓길 위기에 처해 있다. ⓒ정용택

ⓒ정용택

최소연 : '재난 유산'은 우리가 재난이라고 부르는 현장에서 마주한 어떤 마음을 발굴하는 작업장입니다. '통영생선구이'를 운영하는 조옥선 사장님은 강제 집행의 위기를 겪었던 재난 당사자고요. 세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가게를 시작할 당시의 초심(드로잉)입니다. 그 마음의 이름을 돌멩이 위에 적어주세요.

조옥선 : 약속의 장소지. 제일 절박한 상황이었어. 이 가게를 죽어도 일으켜 세우겠다는 마음으로 어떤 풍파가 와도 견디겠다는 각오로 왔지.

여기가 내가 처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불모지였어. 가게 일으켜 세워서 해볼 만하니까 명도 소송에서 패소했지. 한 마디도 못 해보고 패소. 내가 조용한 삶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싶은데, 그걸 빼앗으려고 하니까 분했지. 가게를 뺏긴다는 건 내 생명을, 모든 것을 다 뺏기는 거야.

여기는 2010년 2월 계약, 오픈은 4월. 내 일생에 제일 정을 많이 쏟았지. 한 10평 남짓 될까. 색으로 표현하자면 파스텔? 보라와 약간 분홍을 섞어서 수채화를 그린다면, 아름다운 연분홍빛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 번도 싫증 내본 적이 없어. 너무 소중한 공간이었거든. 작년 5월일 거야. 남대문에 처음 집행이 들어왔을 때 내가 제일 먼저 갔어. 그때 다리를 제대로 못 움직였어. 다리를 질질 끌고 가는데 길이 어찌 그리 멀까. 엄청 절박했어. 내 걸 뺏기는 마음 있잖아. 나는 정말 하느님이 주신 마음이었어. 울면서 가보니까 경찰이랑 집행관이 서 있는 거야. "날 죽이라"고 소리 질렀지. 사색이 되어 있었나 봐. 아줌마 죽겠다고, 안에서 나오더라고. 평생 그렇게 싸워본 적이 없어. 여기서 당한 걸 거기서 다 푼 거야.

그러니까 돌아가더라고. 너무 억울해서 마음이 쏟아지는 거야. 이런 세상이 어디 있노. 다 나랑 똑같은 마음이잖아. 그래도 지켜내고 나면 힘이 생기더라고. 마음에 힘이 생기는 게, '저래 쫓아내니까 아무것도 아니구나. 나도 버텨야겠구나. 우리도 할 수 있구나' 연대할 때 힘이 생기더라고. 그래서 내가 연대를 절대 가야 되겠다(반드시 해야겠다). 내가 그래서 소연이한테도 가서 소리 지르고, 동동 구르고. 나도 몰래 미친 듯이 그런 힘이 막 나오는 거야. 일할 땐 조용하면서도.

'삼통치킨' 집행 때는 내가 선두 주자로 나갔거든. 작대기 든 놈이 날 패려고 그랬어. 내가 들어 누워버렸지. 밑에서 용역들 옷을 벗겨버렸지. 누워 있으니까 바지가 다 고무줄이더라고. 걔들 옷 주워 입느라고 정신이 없었지. "씨발, 놓으라" 하면서 날 발로 차고 막 죽이라고 들어. 하나도 안 무서워. 왜 안 무섭냐면 어차피 죽을 거니까. 여기서 내가 죽어서 해결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했어. 차라리 죽자. 사람이 밟혀 죽는다니까 경찰이 들어와서 1차 집행은 물러갔어.

'연대는 힘'으로 싸우면 무조건 져. 어거지로(억지를 부리며) 싸워야지. 억지로 어거지를 부려야 한다는 게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는 거야. 힘으로 싸우면 100%로 져. '여기가 뺏기면 나도 바로 뺏긴다.' 나는 그런 마음이지.

내가 싸워야만 기자들이, 시민들이 알고. 우리 손님 하나가 모르는 사람이 없어. 그게 알리는 거잖아. 누군가 싸워서 법을 바꿨다. 죽기 전에 영업 기간을 10년으로 바꿔놓을 거야. 강제 집행도 없앨 거야. 왜 우리가 무단 점유자야? 10년은 장사한다고 하자. 왜 환산 보증금이 있는데? 이래 얘기하니까 속이 시원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이걸 바로잡을까. 이 세상 어떻게 바꿀까.' 그럴 때는 눈물도 나지만 기도를 하는 거지. 때에 따라서 주시는 하나님이 내 원수를 갚아주실 거야. 맡기는 거지.



최소연 : 두 번째 질문입니다. 우리가 재난의 장소에서 만난 괴물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목격한 괴물의 '마음'을 돌멩이에 적어주세요. 괴물을 가시화하기 위해 괴물의 색깔과 크기, 환경과 역사를 상상해 봅니다. 괴물이 먹어치운 우리의 권리도 함께 적어주세요.

조옥선 : 괴물은 '분노'였지. 내 속에서 나쁜 괴물이 나오려고 한단 말이야. 어떨 때 괴물이 튀어나오느냐면 강제 집행 하는 놈 왔을 때야. 목욕하고 팔랑팔랑 오는데, 그 사람을 보는 순간 괴물이 튀어나오는 거야. 걔 눈빛하고 싸우게 되는 거야. 순간 집행관이 들어오면서 도끼눈을 뜨는 데, 완전히 악랄한 눈인 거야. 나한테 괴물이 나와서 멱살을 잡고 흔들었지. 완전히 제압해버렸어.

집행관이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도 직업인데…" 그러는 거야. 그때 있던 사람들 다 울었어. 내가 눈물이 줄줄 흐르면서 잡고 흔들었으니까. 지금까지 연대하고 싸워온 분노가 있으니까 눈을 뜨고 운 거야.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했지. 하늘한테 다 맡겨버리는 거지.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기면 분노하는 거지. 모든 삶을 선택의 여지도 없이 억지로 뺏는데, 내 숨통을 틀어막는데 분노가 안 나오겠어?

권리를 행사하지 못 하고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다니며 왜 "너 나가라" 하면 나가야 하는 세상을 살아야 하나. 그러면 왜 살아? 죽는 게 낫지. 호흡을 못하게 하는데…. 내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것을 억지로 뺏는 것은 나를 죽이는 것보다 더하지. 나를 시체로 만들어버린 거지. 100년 살 걸 50년 살도록 단축시키는 거나 마찬가진데, 분노하지 않겠어?

나는 그래. 너무 분한 게 나 스스로 한마디 말이라도 해보고 법원에 가서 조금이라도 반영이 됐으면 조금이라도 억울하지 않아. 묵사발이었어. 권리금이 10배는 더 뛰었는데도 그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없고, 그걸 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들어간 것만 받고 나가려는데 억지로 빼앗으니 하늘이 무너지지. 동네에서 비웃으니까 자존심도 상하고. 분노가 불화살 같지. 시뻘건 불화살. 다 태우고 싶어. 핏빛이지. 차라리 내 속에 있는 피를 다 토하고 싶어. 이 분노를 세상에 알려도 이것이 바뀌지 않으면 하나님한테 갈 자격이 없어.

▲ 조옥선 사장님은 돌멩이에 괴물 '분노'를 적고 이를 재난 유산으로 전한다. ⓒ정현석

최소연 : 세 번째 질문입니다. 재난 현장에서 괴물을 향해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모퉁이 돌이 있습니다. 그 초월적인 정령의 마음을 돌멩이에 적어주세요.

조옥선 : '투사의 마음'이지. 내가 다윗처럼 괴물한테 돌멩이를 탁 던져서 맞추고 싶을 때 성령이 나와. 기도해서 성령을 받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패하지 않는다. 이웃이 아플 때, 위기의 순간에 나를 완전히 내던지지. 상상도 못하던 힘이 나와. 이웃을 구하려고 할 때 나를 투사라고 그래. '전쟁의 투사'지. 사회를 바꾸는 전쟁의 투사지. 난 싸울 거야, 다리가 부서져도 싸울 거야. 나를 보는 눈들이 있잖아.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거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무너진다. 나 하나가 무너지면 다 같이 무너진다. 그러면 나는 끝까지 싸우겠다."

시커먼 색이지. 끝도 앞도 안 보이는 캄캄한 어둠이어도 빛이 보일 때까지 어둠을 뚫고 나가겠다는 야망이라 할까. 저쪽이 어둠이기 때문에, 상대가 어둡잖아. 깜깜하잖아. 그걸 밀고 나가려면 끝까지 시커멓게 밀어붙여서 빛을 볼 때까지 가야지. 같이 싸워야지. 나는 분노를 소리 지를 수밖에 없고, 투사로 싸울 수밖에 없고, 또 내 장소를 지키기 위해서 야망을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 도와줘야지. 나 혼자만은 할 수 없고, 이 세상에서는 약자가 계속 밟히잖아. 약자를 도와줄 사람을, 힘을 구해야지. 하나님이 도와주겠지만 사람을 통해 일하시잖아. 우리가 낙심하고 앉아 있을 일이 아니고 길을 찾아야지. 우리가 옅은 마음이 있으면 밀리는 거잖아, 더 짙은 마음으로 가야지. 하나님이 힘을 주실 거야.

▲ <조옥선 #괴물-분노>(종이 위에 드로잉, 2016년). @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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