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편성 채널 등에서 유명 보수 논객으로 활동하는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써 주목된다. 김 논설위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 현 정권에 우호적인 보수 논객의 대명사로 손꼽혀 왔던 인물이다.
김 논설위원의 26일자 칼럼은 보수층이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을 분리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상을 뜬지 꼭 37년 째 되는 날이다.
김 논설위원은 이날 <중앙일보> 칼럼 '중앙시평'에 "아버지, 지지자, 국가에 상처를 준 박근혜"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실패로 돌진하고 있다. 아버지 박정희, 보수 지지 세력 그리고 국가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고 첫머리를 적었다.
김 논설위원은 "박근혜는 아버지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다. 대통령이 된 것도 결정적으론 아버지 덕분이다. 박정희 딸이 아니라면 국회의원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보답해야 했다. 적어도 누를 끼치진 말았어야 했다. 평생 그는 아버지에게 빚만 졌다"고 했다.
김 논설위원은 "보수 세력은 박근혜를 헌신적으로 지원했다"며 "박근혜는 결국 에베레스트가 됐다. 에베레스트가 세계 최고봉인 것은 히말라야라는 산맥에 얹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박근혜는 히말라야를 잊었다"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어 "보수의 원로·지도자·언론인·학자·운동가에게 무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려 애쓴 이 중에서 '나라 걱정 같이 해보자'는 진득한 전화 한 통 받은 이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김 논설위원은 "보수 세력은 끊임없이 충고했다. 아버지처럼 부하를 잘 쓰고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는 듣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상한 사람들을 열심히 챙겼다. 살랑살랑 아부 잘하는 정치인, 전문가도 잘 모르는 무자격자, 연줄로만 연결된 무(無)검증 교수, 대선 캠프에 있었다는 노쇠한 코미디언…"이라고 지적하며 "박근혜에게는 고언(苦言)하는 부하가 거의 없다"고 했다.
김 논설위원은 "이원종 비서실장은 최순실과 대통령이 절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했다. 이런 허수아비 실장이 정권을 어떻게 지키나. 대통령은 우병우 민정수석이 충직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원래 미르·K스포츠·최순실 같은 사안은 민정수석이 감시하는 것이다. 무엇이 충직인지 대통령은 모른다"고 따졌다.
김 논설위원은 "잘못된 고집불통은 집권 후 더욱 심해졌다. 국민은 활발한 소통을 주문했다. 구중궁궐 본관에서 뛰쳐나오라고 (…) 박근혜는 지독히도 거부했다. 혼자 칩거했다"라며 "많은 국민이 목이 쉬어라 '소통'을 외쳤다. 그런데 박근혜는 듣지 않았다. 오만인지 무지인지 꿈쩍하지 않았다. 눈을 감은 대통령은 이곳저곳에 부딪쳤다. 급기야 최순실 문턱에서 넘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논설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주요 10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위대한 기록이다. 박정희가, 지지자가, 국가가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는 대신 상처를 주고 있다.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청와대 단풍보다 붉다"고 글을 맺었다.
김 논설위원 뿐 아니라 이날 보수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을 가열차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나 남은 1년간 북핵 위기 대처에만 전념하는 것이 옳다"며 "박 대통령은 내각 전면 개편 대신 여야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거국(擧國) 총리를 임명해 남은 1년간 경제와 내정(內政)을 맡겨야 한다"고 '비상 체제'로 전환을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정직하고 상세하게 소명해야 한다. 최순실 문제는 이제 한 민간인의 부정 비리 차원을 넘어섰다. 청와대의 국정 운영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고, 박근혜 정부에 가장 우호적인 언론이었던 <동아일보> 역시 "박 대통령은 특검이든 국정 조사든 전적으로 수용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고 필요하다면 조사도 받아야 한다"고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까지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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