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 북미 간 비공식 접촉에 참여했던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가 북측에 지난 2005년에 채택된 '9.19 공동성명' 이행 의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2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디트라니 전 대표는 북측 인사들과의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북한이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갈 의지가 있는지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춘 탐색적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 한반도 평화협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핵 폐기와 평화협정을 맞바꾸는 조치로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의 로드맵으로 평가된다.
다만 디트라니 전 대표는 북측이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해 우려를 밝히며 핵 개발은 한미의 위협에 대한 억제력 확보 차원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디트라니 전 대표는 또 북측과 접촉하기 전에 미 정부와 협의를 하지 않았고 미국 정부가 이번 접촉에 대해 공식 보고를 요청하지 않았다면서도 참석자들이 미 정부 내 인맥을 통해 결과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차원의 접촉이 당장 한미 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오바마 정부 이후 들어설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9.19 공동성명을 논의한 것도 적지 않은 태도 변화로 풀이된다.
디트라니 전 대표는 민간 대화에서 중요한 점은 마주 앉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지를 탐색해 보는 것이며 양측이 매우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필요와 요구 사안을 듣고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없는지 알아보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북한과 미국은 지난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 이 접촉에는 북한에선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현직 관리 5명이,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와 디트라니 전 대표,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등이 참여했다.
북미 간 말레이시아 접촉에 이어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방북함으로써 대북 대화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외교부는 "북한과의 성급한 대화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 할 뿐이며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지난 20년간 북한의 모든 비핵화 합의 불이행과 국제사회에 대한 기만의 역사를 도외시한 채 제기되는 일각의 대화 재개론에 대해서는 일일이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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