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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수확해 직접 배송까지

[살림이야기]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

경기도 용인에서 2~3대에 걸쳐 농업을 이어 온 사람들이 협동조합으로 뭉쳤다. 지역 생산물을 지역민과 나눌 방법을 찾다가 얻은 답이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아홉색깔농부)'이다. 용인에 처음이자 하나밖에 없는 농부들의 협업 사업체로, 용인시민뿐 아니라 경기도 지역 회원들과 함께 제철 꾸러미 사업을 한다.

우리 지역민에게 우리가 키운 농산물을

용인시민이 96만 명, 농부 비율은 2%다. 하지만 용인은 지형도를 보면 아파트 밀집 지역(서부)과 넓게 펼쳐진 논밭 지역(동부)이 거의 반반인 도농복합도시다. 서울 인근 지역 농촌은 대개 귀촌자 또는 귀농자가 늘고 있지만, 용인의 농촌에는 대를 이어 농업을 이어 가는 농부들이 많다.

아홉색깔농부들도 용인에서 농부의 자식으로 나고 자라 학교에 다니면서 농업을 배워 온 세대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유독 강해 로컬푸드 운동에 일찍 눈을 떴다.

나이가 3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아홉 농부가 뭉친 것은 2011년 용인시농업기술센터의 'e-비즈니스 대학'에서다. 함께 공부를 마친 아홉 농부는 후속 모임을 하면서 공동의 사업을 해 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들의 고민은 하나였다. 용인시민들은 도농복합도시에 살지만, 정작 지역 생산물이 아니라 서울의 대규모 농산물유통시장에서 경매·도소매 과정을 거친 것을 먹고 있었다. 아홉 농부가 보기에 생산자, 구매자 모두에게 이중, 삼중의 비용이 드는 비뚤어진 유통체계였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지역 생산자가 지역민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었다.

▲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에서는 주에 30상자, 많게는 50상자까지 꾸러미를 낸다. Ⓒ우미숙

2년간 머리 맞대고 고민하고 얘기 나누다 2013년부터 제철 꾸러미 사업을 시작했다. 아홉 농부 모임의 회장이던 장정근 씨(새달농원, 오미자 생산)를 비롯해 전통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꿀을 생산하는 박천희 씨(효종당), 기능성 쌀을 생산하는 김봉기 씨(토박이농장)가 주축이 되어 아홉 농가가 손발을 맞췄다. 2014년에 제철 꾸러미 사업을 협업 사업으로 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장정근 씨가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함께 시작한 농가가 아홉이라서 이름을 '아홉색깔농부'로 지었다. 하지만 이후 참여하는 농가가 늘면서 농가 수의 의미보다 '아홉색깔 농부의 원칙'을 강조한다. 출자금 230만 원을 낸 정조합원이 11농가, 가끔 꾸러미에 생산물을 내는 협력 농가가 30농가이다. 꾸러미에 생산물을 낼 때 모든 농가가 공급가의 20%를 수수료로 낸다. 정조합원이 되면 일주일에 한 번 꾸러미에 생산물을 내고 집화장에서 직접 포장하고 배송한다. 매주 1~2회 정도 회의나 모임, 지역 행사에 참여한다. 농사도 짓고 협동조합 활동도 하니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지역 생산자들과 교류하는 재미와 협업 사업의 보람에 손품 발품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아홉색깔농부원칙
1. 용인에서 생산합니다
2. 그날 배송합니다
3. 용인시민의 건강은 내 가족처럼
4. 환경을 생각합니다
5. 나눔과 순환경제를 생각합니다
6. 우리 이웃을 내 가족처럼 여깁니다
7. 땀과 정성을 담았습니다
8. 즐거운 마음으로 생산합니다
9. 아홉색깔 농부가 신뢰하는 농산물을 드립니다

용인시민들의 마을협동조합과 협업하고 다른 지역 협동조합과 연대하고

설립한 지 3년째에 접어들면서 아홉색깔농부는 용인에서 대표적인 로컬푸드 단체로 인정받았다. 경기도나 다른 시에서 열리는 행사에 용인을 대표해서 참여하기도 하고, 대기업의 농촌체험 행사를 아홉색깔농부의 농장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협동조합협의회, '사회적경제 장터'와 같은 지역의 협동조합 연대 사업에도 꾸준히 참여한다. 용인시민으로 이루어진 '마을협동조합'에 생산자로 개별적으로 가입하고, 마을협동조합 조합원이 아홉색깔농부의 꾸러미 사업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아홉색깔농부의 꾸러미 회원 70여 명에다 마을협동조합의 조합원까지 꾸러미 주문을 하여, 많게는 한 주에 50상자가 넘는 꾸러미를 배송할 때도 있다. 올해 3월 제2기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봉기 토박이농장 대표는 "주 30상자 정도가 적당하다. 만일 욕심을 부리면 직원을 별도로 고용하거나 배송 체계를 바꾸는 데 비용을 특별히 들여야 한다"며, 농부들의 품이 직접 들어가는 형태로는 더 욕심을 부릴 수 없다고 말한다.

제철 꾸러미 사업이 협동조합의 수익사업은 아니다. 오히려 꾸러미 사업을 통해 개별 농가의 생산물을 알려 구매자를 늘리는 데에 의미를 둔다. "우리 협동조합은 생산·유통을 공동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공동 주문을 받아 공동 배송하는 형태로, 협동조합 사업으로 가장 잘 맞다." 김봉기 이사장은 농부들이 꾸러미를 차에 실어 매주 한 번 구매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그것도 농부들이 힘을 모은 로컬푸드 활동의 재미라고 말한다.

▲ 아홉색깔꾸러미는 농부들이 수확한 생산물을 직접 포장하여 꾸러미 회원들에게 직접 배송한다. 마주 앉아 꾸러미에 넣을 밤을 까고 있는 김봉기 이사장과 장정근 전 이사장. Ⓒ우미숙

▲ 해마다 한두 번씩 생산농가와 소비자가 만나는 팜파티를 연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 어린이 체험학습, 바비큐, 놀이와 공연 등이 마련된다.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

유통사업체·로컬푸드 매장을 만드는 게 꿈

아홉색깔농부는 농부들의 사업자 협동조합이다. 농촌공동체나 생태공동체처럼 생산과 생활, 유통을 공동으로 하는 곳과 다르다. 개인사업자인 농부들이 생산과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여럿이 힘을 모은 것으로 그 목적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유통사업체가 그렇다. 협동조합 사업에 관심이 많은 김봉기 이사장은 "법인 등록은 아직 안 했지만,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사업단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아직 물품 구색이 맞지 않아 꾸러미 회원들이 답답할 수 있다. 가공식품은 장아찌나 오미자청, 꿀, 두부 정도가 전부인데, 지역의 사회적기업 가공생산물도 포함"하는 방안도 궁리하고 있다. 또 하나의 꿈은 아홉색깔농부 이름으로 작은 로컬푸드 매장을 내는 일이다.


아홉색깔농부들은 장사꾼도 아니고 전문 사업가도 아니다. 땅의 솔직함을 믿고 농사를 지어 온 농부에게 절실한 것을 찾다 보니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똑같은 마음을 갖고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어렵지만, 여러 사람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힘을 보태는 데는 협동조합만 한 게 없다는 것을 그들은 느낀다. 그들은 오늘도 한계를 가능성으로 알고 아침나절 포장한 꾸러미 상자를 차에 싣고 직접 배송에 나선다.

아홉색깔꾸러미 이용하는 법

- 매주 온라인 카페에서 꾸러미 품목을 확인하고 주문한다.
- 화요일 낮 12시까지 주문, 다음 날 오후 배송
- 농가 직배송 : 농부가 주문 다음 날 오후 직접 배송(용인 전 지역, 영통(수원), 분당)
- 당일 배송 택배 : 서울과 수도권 지역 배송, 수요일 오후 6시부터 목요일 아침 6시까지 배송하는 택배(냉장차량)
- 배송료 : 농가 직배송은 총 구매액이 3만 원 이상 무료, 3만 원 미만 5000원. 당일 배송 택배는 총 구매액이 3만 원 이상 3000원, 3만 원 미만 5000원.

☞ 아홉색깔농부협동조합 바로 가기 : cafe.naver.com/9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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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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