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부검영장 철회는 살인집단 경찰이 회개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제발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뉘우치기를, (경찰이) 10월 25일 전에 부검영장을 철회한다는 소식을 기다리겠다."
백남기 농민의 딸 도라지 씨는 부검영장 시한을 사흘 앞둔 22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열린 추모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도라지 씨는 이어 "법원에서 '가족과 협의 없이 부검할 수 없다'고 조건을 걸어놨지만, 불법적인 짓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경찰이 과연 법원의 명령을 지킬지 의문"이라며 시민들에게 아버지의 부검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도라지 씨는 특히 6차례에 걸쳐 협조공문을 전달한 장경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의 태도를 지적하며, "부검의 목적이 사인 규명이나 수사 자료 확보가 아니라 단지 공권력을 과시하며 가족들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가족과 투쟁본부는 (경찰의 협조공문에) 전혀 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상균 "독방으로 백남기 선생님이 오셨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9일 쓴 옥중 편지가 낭독돼 관심을 끌었다. 한 위원장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한 위원장은 "독방으로 백남기 선생님이 오셨다"며, 백남기 농민과의 가상 대화를 편지로 전했다.
편지에 따르면, 백남기 농민은 부검에 대해 "물대포 살인 진압보다 소름 돋는 일"이라며 "국민 모두가 아는 진실을 왜곡하고, 모욕까지 주는 국가 폭력은 언제나 멈출란고"라고 한탄했다.
농민은 또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개조하겠다고 했던 나라는 "이제 보니 공안 통치·공포 정치로, 국민은 버리고 수호 권력과 재벌만을 위한 국가"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진경준 전 검사·우병우 민정수석·최순실 씨·백선화 의사 등 "대통령 호위 무사들을 보니 백성을 버린 파렴치한 권력의 말기 현상과 같다"며 한 위원장을 위로했다.
"그래도 힘내시게. 망해가는 권력의 패악질은 본래 시끌벅적했으니까 말이네. 권력의 패악질은 노동자 민중의 살기 위한 몸부림을 결코 이길 수도 이긴 적도 없다네. 대신 패악질에 맞서려면 악다구니가 필요하네. 국가 폭력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어줄 것이라 믿어도 되겠는가."
한 위원장은 백남기 농민의 당부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저만치 멀어지는 어르신이 돌아서서 한마디를 더 남"겼다고 전했다.
"이건 나라가 아니다. 난장판이다."
한 위원장은 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12일로 예정된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우리가 세상을,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는 주인으로 나서자"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한편, 시민 3000여 명(경찰 추산 2000명)은 약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추모대회를 마친 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행진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백남기 농민을 다룬 SBS<그것이 알고 싶다>를 시청하며, 부검영장 시한인 25일까지 72시간 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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