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선 실세 논란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새누리당 지지도가 동반 폭락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3%포인트 떨어진 26%를 기록했다. 9월 둘째 주 33%에서 4주 연속 하락한 것이다. 이 기관 조사에서는 지난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다.
대통령 직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보는 부정 평가는 59%로 전주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 부정 평가(53%)가 긍정 평가(20%)를 압도하면서 '중도층 이탈'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는 소통 미흡(15%)과 경제 정책(14%)이 가장 컸다 이어 독선·독단(7%) 인사 문제(7%) 등이 꼽혔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새누리당은 28%의 지지율을 기록, 박근혜 정부 출범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새누리당 평균 지지율은 41%였다. 총선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28%까지 떨어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6%, 국민의당은 12%, 정의당은 3%를 기록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지난주에 비해 각각 1%포인트, 2%포인트 올랐다.
한국갤럽은 당·청 지지율 동반 하락 배경과 관련해 "최순실·K스포츠·미르재단 의혹, 물대포 피해자 백남기 사망과 사인 논란, 국정감사 등 정부와 여당에 부정적인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도 변화를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지난 9월 대비 남성보다 여성, 40대 이상, 수도권과 경남권에서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한때 한 참모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이런 데 신경 쓰지 말고 일에나 집중하시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관련해 "비선 실세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된 이후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다시 내려앉았지만 이전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아주 낮은 것도 아니"라며 "30% 안팎의 단단한 지지층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순간까지 지지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26%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현재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 백남기 '병사' 기록 의혹, 전경련 중심의 '기업 팔비틀기' 논란 등을 비롯해 정권에 각종 악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박 대통령이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북한 때리기'도 지지율에 더 이상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 사이에 이미 '내성'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이 연이은 충격적 성추행 파문에도 좀처럼 하락세를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최근 대북 강경 발언들은 모두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비박계 중심으로 위기감이 표출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제대로 지금 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13일 3일간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로 추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통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이며 응답률은 21%다(총 통화 4820명 중 1026명 응답 완료).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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