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이사장은 대뜸 걸레를 빨아 건네면서 손으로 짜 보라고 하더니, "여자들은 걸레를 짤 때 오른손을 몸쪽으로 돌리면서 비틀어 짜고 남자들은 바깥쪽으로 돌리면서 비틀어 짠다"고 했다. 내려다보니 내 손목 역시 몸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김형주 이사장은 20대였던 2000년부터 청소 대행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해 2009년부터 '미스터 주'라는 업체를 운영하다가, 이것이 2016년 3월 '행복한느림보협동조합'이라는 직원협동조합의 형태를 갖춘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청소 일을 했다. 그동안 수도 없이 걸레질하고 걸레를 빨고 짜고 또 동료들이 걸레를 다루는 것을 보면서 우연히 '걸레 짜는 남녀 차이' 법칙을 발견했는데, 여기에서 벗어난 사람을 아직 만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유를 좀 밝혀 달라며 환히 웃는다.
찾아간 날에는 마침 조합원 세 명이 함께 입주 청소를 하고 있었다. 보통 아침 8시에 현장에 도착해서 오후 5시까지 일하는데 여타 다른 업체들이 하루에 두세 집 청소를 마치는 것에 비해 무척이나 느린 속도다. 79㎡(24평)이면 두세 명이, 99㎡(30평)이면 서너 명이 청소한다. '행복한 느림보'라는 이름대로 느리지만 꼼꼼하게, 인원수도 적당하게 배치해 행복하고 활기차게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현장에 도착하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 뒤 각자 알아서 청소도구를 손에 잡는다. 어디를 누가 맡을지 따로 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이다. 누군가 화장실 타일 바닥 때를 걷어 내면 누구는 베란다 곰팡이를 제거하고 누구는 전등을 떼어 내 닦는 식이다. 거실이나 방을 청소할 때는 보통 천장 벽면 바닥 순으로 찌든 때를 닦아낸다. 천장 전등을 떼어 내고 먼지를 털고 몰딩을 닦는다. 도배 풀 자국은 수세미로 지운다. 바닥은 긴 대걸레로 밀고 친환경 세제를 뿌려 여러 번 닦아 내고 또 손걸레로 마무리한다. 가구에 묻어 있는 손톱만 한 때는 손톱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스크래퍼의 일부분을 잘라 낫 모양처럼 만들어서 뾰족한 부분에 걸레를 대고 밀어 구석까지 깨끗이 닦는다. 콘센트 구멍은 갈고리 위에 걸레를 대고 찔러 넣어 구석구석 닦아낸다.
화장실이나 조리대 타일 등은 '매직블럭'이나 수세미를 이용한다. 매직블럭에는 멜라민 성분이 있어 연마제 역할을 한다. 매직블럭으로 닦으면 광택이 사라지고 미세한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재질을 잘 알고 닦아야 망가뜨리지 않는다. 대리석과 화강석은 구분해 다르게 청소해야 한다. 식초 등 산성 재료는 대리석을 마모시키니 주의하고 화강석에는 사용해도 괜찮다. 재료를 구분할 줄 모른다면 친환경 세제를 쓰면 안전하다.
행복한느림보는 오래된 찌든 때를 제거할 때는 '락스'를 쓰지만, 보통은 친환경 인증 세제를 쓴다. 이런 세제로 바꾸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청소업체에서 흔히 쓰는 일반 다목적 세제가 20L에 1만5000원인데 친환경 세제는 무려 14만6000원으로 가격이 열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소비자에게 조금 더 높게 청소 용역비를 책정해 세제비를 충당한다. 책임지고 친환경 세제로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는 신뢰가 쌓여 가능했다.
처음에 반대하는 조합원도 많았다. 친환경 세제는 일반 다목적 세제처럼 한 번에 안 닦이기 때문에 뿌리고 기다렸다가 문지르고 하는 일을 몇 번 반복해야 해서다. 세제를 혼동할까 봐 세제 담은 분무기 통에 초록색 띠를 둘러 친환경 세제라는 걸 표시했는데 어떤 조합원은 일부러 초록색 띠 분무기 안에 일반 세제를 담아서 쓰면서 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 격려하고 설득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제 조합원들은 친환경 세제에 적응했다. 냄새나 성분이 덜 독해 몸에 무리가 덜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합원 이정현 씨는 이 일을 6년 전 우연히 접했는데, 재미를 느껴 멕시코 음식 요리 일을 그만두었다. 더러운 곳이 깨끗해지면 개운한 기분이 들어 이 일에 매력과 자부심을 느낀다. 더러운 집일수록 도전의식이 불끈 일어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해서 일 끝난 뒤에는 매일 저녁 식사를 하고 헬스를 다닌다. 이영희 씨는 이 일을 시작할 때 손가락도 붓고 손목이 아팠지만 어느 정도 지나니 익숙해졌다. 주부인 두 사람은 집에서도 걸레를 놓지 못한다. 내 집이면 조금 대충 청소하기도 하지만 남의 집은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청소할 때는 오히려 티 없이 깔끔하게 하려고 한다.
조합원 7명은 직원협동조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의견을 내놓고 조율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행복한느림보는 즐겁게 일하려고 사소한 몇 가지를 지킨다. 서로 평등하게 관계 맺기 위해 '부처핸섬', '바쁜공주', '낭만변태' 등 별명을 지었다. 식사할 때는 몇천 원 차이 생각하지 않고 가장 맛있는 것을 선택해 먹는다. 또 직원들은 모두 산재보험에 들었다. 높은 곳을 닦기 위해 사용하는 사다리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청소 업체마다 종종 벌어진다. 다행히 아직 다친 사람은 없지만 행복한느림보 조합원들은 산재보험이 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
■ 행복한느림보에서 알려 주는 걸레 사용법
① 짜고 난 다음 수분 관리가 핵심이다, 살짝 걸레가 촉촉할 정도여야 닦고 난 뒤 물 자국이 남지 않는다. 손으로 짜면 꼭 물기가 남아 행복한느림보에서는 소형 '짤순이'를 이용한다. 가정에서는 젖은 걸레로 닦고 마른걸레로 한 번 더 닦아 물 자국이 생기지 않게 한다.
② 물기를 빨리 머금고 잘 뱉는 재질이면 좋다. 빨 때 물에 젖으면 무거워지고 짤 때 가벼워지는 차이가 큰 게 좋다. 행복한느림보는 극세사 걸레를 쓴다. 가정에서 낡은 수건을 걸레로 쓰기도 하는데 잔털을 남겨 깨끗하게 닦기 힘들다.
③ 흡착력이 떨어졌거나 닦은 뒤에 냄새를 남기는 걸레는 버린다. 행복한느림보는 한 달 정도 쓴 걸레는 버리거나 바싹 말려 보관한다. 보관은 공장 청소할 때 기름때 등을 닦기 위해서다.
④ 걸레를 잘 빤다. 흔히 물에 담가 조물조물 주물러 빠는데 그러면 구정물만 빠지고 먼지는 묻어 있다. 걸레 양 끝을 양손으로 잡고 탁탁 흔드는 느낌으로 물에서 위아래로 움직인 다음에 주물러 빨면 구정물도 빠지고 사이사이 먼지도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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