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공개를 극구 꺼려온 '월스트리트 고액 강연' 내용이 공개됐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문에 주목도가 밀려나 있지만, 겉과 속이 다른 클린턴의 '생얼'이 드러났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지난 8일 2013년~2014년 각종 금융기관 주최 행사에서 클린턴이 사용한 강연문들을 공개했다.
클린턴은 이들 연설에서 일관되게 자유무역을 선호하며 2008년 금융 위기의 책임이 월가에 있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옹호했다.
그는 2013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마련한 행사에서 "성공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 일반인들은 (피해의식에 근거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고, 청중으로 참석한 금융가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인물들"이라고 칭찬을 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골드만삭스가 마련한 또 다른 행사에선 "세계 금융위기가 (1대 99의 싸움으로) 정치 이슈화된 것을 막아 (월가로 비난이 쏠리는 것을) 피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도이체방크가 주최한 행사에선 "금융개혁은 업계 자체에서 스스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브라질 은행업계에서 주최한 강연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지지 의사를 밝히며 "시장 접근이나 무역을 막는 장벽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에 도전한 뒤 클린턴은 TPP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으며, 경선 맞수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월가 개혁 주장에 대해서도 수긍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과거 연설에서 쏟아낸 자유무역 옹호와 친(親) 월가 발언들에 비교해 당선을 위한 일시적 변화일 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자들은 "'클린턴은 월스트리트가 워싱턴 정치를 움직이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샌더스의 비판이 맞았다"고 분개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 당시 샌더스는 연설문 공개를 요구했지만, 클린턴은 아직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클린턴은 골드만삭스 강연 대가로 1회에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그가 대선후보가 되기 전 수년 동안 거둬들인 강연료는 2610만 달러에 이른다.
당장은 음담패설 동영상 공개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탓에 클린턴의 '아킬레스건'이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하지만 그의 이중성과 '월가 장학생' 꼬리표가 대중들의 정치 환멸로 이어져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선이 될 거란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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