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세종증권(현 NH증권) 매각비리' 수사 과정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정화삼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구체적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그간 검찰은 공기업 등 수사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공기업의 자체 비리는 드러났지만 이른바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정황은 거의 밝히지 못했던 것. 오히려 법원은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홍경태 행정관 등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거나 구속영장을 기각시켰다.
이에 검찰은 머쓱해졌고 봉하마을 측은 '그것 봐라'는 식이었지만 최근 드러난 정황은 아주 구체적이다. 노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개별적 비리야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소위 실세가 개입된 조직적 비리는 없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인사는 "농협이나 KT쪽은 워낙 덩치가 커서…"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과정에 대한 수사에서 사건이 터지고 있는 것.
박연차와 정화삼, 연루 정황 드러나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잘 알려졌고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도 재계 일원으로 동행했던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경우 세종증권 차명 주식거래를 통해 100억 원 이상 시세차익을 남긴 사실을 인정했다.
세종증권은 2006년 1월 농협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10배 이상 뛰어올라 회사 측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정ㆍ관계에 로비했다는 의혹과 함께 박 회장 등 참여정부 실세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었다.
이에 검찰은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의 김형진 회장이 주가를 조작했다는 첩보를 입수, 김 회장과 이 회사의 홍 모 사장을 체포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홍 사장이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에게 "세종증권을 인수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50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밝혀내 구속했고, 정화삼 전 제피로스 골프장 사장 또한 홍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23일 정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전 사장은 노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기로 참여정부 초기인 지난 2003년 7월 '양길승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청주 나이트클럽 향응사건' 당시 술자리에 동석해 이듬해 측근 비리 특별검사 때 조사를 받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분당한 직후인 지난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충북도당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이 와중에 박연차 회장은 언론을 통해 세종증권 주식을 차명으로 거래해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시인했다. 박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나머지 사실은 시인했다.
그는 농협이 SK증권과 세종증권 가운데 1곳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상황이어서 세종증권 주식 매입을 선택했으며 차명으로 거래된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100억 원 어치의 세종증권 주식을 샀는데 이 중 30% 정도를 차명으로 매입했으며 전체 시세 차익은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호선 "정화삼은 고교동기일 뿐 측근 아니다"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농협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경우 파장은 짐작하기 어렵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50억 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정대근 전 회장은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그룹으로부터 3억 원을 받은 사실이 이미 드러나 징역 5년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참여정부 시절 농협은 농민들의 반발을 무릎쓰고 금융사업 확장 등 비농업 분야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했었다.
농협의 '중요성'은 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동지상고 5년 후배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농협은 최근 청와대 지점 개설 경쟁에서 우리은행을 제치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편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검찰의 세종증권 수사와 관련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정화삼씨 체포'라며 '측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보도한 바 있다"며 "'측근' 운운하는 기사는 매우 부적절한 보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화삼씨가 고교 동기로서 청주지역에서 선거운동을 도우긴 했지만, 선거 전반에 대해 핵심적인 참모나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적도 없다"며 "참여정부 내내 일부 언론들이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던 용어가 바로 측근이다. 그럼으로써 비리 사건에 마치 노 전대통령이 연루된 것처럼 비치게 만들었던 것"이라고 언론보도에 거듭 불만을 토로했다.
천 전 수석은 정화삼 씨의 연루 의혹이나 사건 자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