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상위원회, 제주도 등에 따르면 28일 낮 12시50분부터 4.3평화공원에서 예정됐던 현길언 작가의 특강 <제주의 가슴아픈 현대사 4.3>이 강연 시작을 코 앞에 둔 오전에 취소됐다.
이번 특강은 28일부터 30일까지 방송작가, 방송PD, 로케이션 매니저 등을 초청해 제주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창작소재 발굴 차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했다. 제주도와 제주영상위원회가 공동 주관 기관으로 참여했다.
문제는 현길언 작가의 특강.
제주 출신으로 한때 4.3 관련 소설을 쓰면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현 씨는 근래 4.3을 왜곡하는 발언, 활동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3년 자신이 편집·발행인으로 있는 정기 간행물 <본질과 현상>에서 "제주4.3은 의로운 저항이 아니라,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일으킨 반란이며, 진상조사보고서가 이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올해 6월 발간된 책 <정치권력과 역사왜곡>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에대해 4.3연구소, 제주민예총, 4.3도민연대는 당시 공동 성명까지 발표하며 "현길언 씨의 글은 4.3의 역사적 사실이나 과정의 팩트(Fact)에 근거하지 않은 졸문이며, 의도적 곡필이자 악필"이라고 강력 비판한 바 있다.
4.3유족회는 이번에도 현 씨의 특강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회와 경우회가 손잡고 화해와 상생의 길을 걸으며 갈등해소의 모범을 쌓아가는 마당에, 4.3을 편파적으로 왜곡하는 인물이 4.3을 소개하는 자리에 모시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유족회가 긴급 임원회의까지 소집하며 대응 채비에 나서자 제주도와 영상위는 부랴부랴 일정을 수정해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현 씨를 섭외했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유족회는 더욱 분개하고 있다.
양윤경 유족회장은 "정말 안타깝고 불쾌하다. 4.3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 정부에서는 여전히 4.3문제에 역행하는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무관 한 명이 이런 결정을 했겠냐"고 반문했다. 실무자 개인이 아닌, 정부 차원의 의도적 결정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화해와 상생을 지향하는 노력에 정부도 함께 해야 하는데, 여전히 4.3 흔들기에 동조하는 모습은 매우 불쾌하다. 정부가 작성한 4.3진상보고서를 부정하고 4.3을 왜곡하는 인물이 전국 방송작가 강사로 참여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2003년 10월 15일 최종 확정한 4.3진상보고서는 4.3에 대해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해,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그해 10월31일 제주를 찾아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정부를 대신해 제주도민에게 사과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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