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28일 0시를 기점으로 전면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 관행을 끊기 위한 법이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이 중앙·지방행정기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 언론기관 등 4만919개에 이르고, 적용대상 인원이 400여만 명에 달해 김영란법은 한국 사회 전반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법 적용을 놓고 혼선이 적지 않고,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경제회복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영란법 추진 경과는 =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정사회 구현 대책의 일환으로 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처음 태동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은 1년여가 지난 2012년 8월 16일 처음 '김영란법'을 발표했고, 2012년 5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입법예고와 관계기관 등의 협의를 거쳐 2013년 8월 5일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5년 3월 27일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이 된 관피아 척결 대책의 일환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1년 2개월만인 지난 5월 9일 시행령을 발표했고, 7월 28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왔으며 9월 6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을 의결했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6월 국무회에서 처음 법 제정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5년 2개월 만에, 그리고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 6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김영란법의 핵심은…적용대상 기관만 4만여 개 =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공무, 공직유관단체나 공공기관 임직원, 각급 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이다.
또 적용대상 기관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와 공공기관, 각급 학교와 학교법인, 언론사 등 4만919개다.
김영란법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부정청탁 금지 부분을 보면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대상 직무를 인·허가, 인사 개입, 수상·포상 선정, 학교 입학·성적 처리, 징병검사·부대배속 등 총 14가지로 구분했다.
이들 14가지 업무와 관련해 법령을 위반해 청탁하면 부정청탁으로 간주해 처벌을 받는다.
반면 공개적으로 요구하거나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 등 5가지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로 인정했다.
두 번째 금품수수 금지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1회 100만 원, 1년 300만 원'이다.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1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다.
1회 100만 원 이하, 1년 300만 원 이하의 경우에는 직무와 관련해서 금품을 받았는지, 직무와 무관하게 금품을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직무와 무관한 경우에는 1회 100만 원 이하, 1년 300만 원 이하의 범위 내에서 금품 등을 수수할 수 있다.
반면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1회 100만 원 이하, 300만 원 이하의 금품 수수가 금지된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이나 선물 등 금품 등의 수수가 허용되는 8가지 예외 사유를 뒀다.
사교나 의례 등의 목적으로 음식물 3만 원·선물 5만 원·경조사비 10만 원의 범위 내에서 금품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3·5·10 규정'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을 보면 장관급 이상은 시간당 50만 원, 차관급과 공직유관단체 기관장은 40만 원, 4급 이상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원은 30만 원, 5급 이하와 공직유관단체 직원은 20만 원으로 제한했다. 단 사례금 총액은 강의 시간과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5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또 사립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임직원의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 상한액은 시간당 100만 원이다.
◇접대문화 바뀐다…부작용도 우려 = 김영란법은 한국 사회의 접대문화를 근본부터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다.
김영란법이 정착되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된 부정·부패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한국 사회의 투명성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 전반에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고, 이른바 '갑질'도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행 초기 혼선이 일정 부분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처벌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인 '직무 관련성'의 개념이 모호해 개별 사례로 들어가면 김영란법 적용대상인지 헷갈린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 '시범 케이스에 걸려선 안된다'는 인식이 공무원 사회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외부인과의 약속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김영란법이 실물 경제에 몰고 올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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