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하버드대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를 청와대에서 만났다.
"미국 경제연구소 명예회장으로 있는 펠드스타인 교수를 만나 세계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한국의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라는 설명이 따라 붙었지만,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국 공화당 매케인 대선후보의 경제정책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또한 그는 레이건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난 대선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 고문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공화당파' 인사다.
현실적으로 오바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선거 당일에 매케인 후보 측 인사와 만나는 건 시의성 면에서 어색해 보인다.
경제수석실에서 면담 추진…靑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
이날 면담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추진해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미국 대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자리가 아니라는 해명이다.
이 대변인은 "미묘한 시기에 특정 캠프의 인사와 만난다는 게 과연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의 정치상황은 우리와 달리 정치권과 학문영역 간의 장벽이 높지 않고 정치적 딱지를 붙여 배척하는 문화도 아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대변인은 펠드스타인 교수가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경제신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3회 글로벌인재포럼' 참석차 방한한 점을 언급하며 "우선 방한 일정과 맞았기 때문이고, 또 세계적으로 유력한 학자시니 이런저런 견해를 들어보자는 뜻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고문이라는 자리는 일종의 '원로'로서의 역할일 뿐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 관계자는 "세계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한국의 대응방안과 관련된 폭넓은 의견을 듣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일 뿐"이라며 "이런저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아무도 만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청와대 측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의 한국의 경제상황을 설명하고 한국이 세계적 경제-금융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응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된 논의주제와 관련해선 △세계 경제와 더불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경제전망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주요하게 논의될 아젠다와 IMF-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체제 개혁에 대한 견해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시기와 한국의 대응 방안 등 주로 '경제'의 영역에 머무를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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