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시종일관 '꼼수'로 일관하며 야당을 자극했다. 어렵게 얻은 국민의당의 협조마저 스스로 '반납'하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를 야당에게 허용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지난 21일 공동으로 제출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누리당은 "날치기", "정세균 독재"라고 소리치는 등 독설을 퍼부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차수변경한 끝에 이날 새벽 표결에 붙였다, 새누리당이 강한 항의를 한 끝에 집단 퇴장한 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의 투표가 이뤄졌다. 결과는 재석 의원 170명 중 찬성 160명, 반대 7명, 기권 3명. 이로써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본회의 통과 후 16년 만에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이 처리됐다. 해임 건의안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강제성을 요하지 않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김 전 장관의 경우 스스로 사표를 제출, 정무적 책임을 졌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미뤄봤을 때,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 경우 정국은 또 다른 혼란 속에 빠져들게 될 수밖에 없다.
여권은 말로는 '협치'를 외쳤으나, 국민의당의 협조를 걷어찬 것은 치명적인 실수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해임 건의안 처리 불참을 잠정적으로 획득한 새누리당은, 정작 국민의당에 제대로 된 명분을 쥐어주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북한의 핵실험 원인을 김대중, 노무현 정권 탓으로 돌린 문제는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삼는 국민의당 안에서는 "이런 식으로 명분을 뺏어가면 우리더러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기관 증인으로 오는 30일 국회 출석 예정이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사표를 전격적으로 수리해버렸다. 이 소식이 전해진 것은 전날 밤 10시 30분 경이었다. 야당에서는 "국회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는 말들이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 2중대'를 피하기 위해 '새누리당 2중대'가 되는 것이냐"는 야권 지지자들의 비판도 국민의당에는 부담이었다.
지난 4.13총선 이후 현재까지, 새누리당이 야당의 요구를 거의 들어준 적이 없다는 점도 거론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승춘 보훈처장 인사 조치 요구를 무시했고,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요구도 단칼에 잘라냈다. 4.13총선 후 과반을 넘게 차지한 야당은 '총선 민심'에 걸맞는 최소한의 명분을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사실상 이를 무시해왔다. 지지층 눈치를 봐야 하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독이 오를 대로 올랐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원 연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가 하면, 국회의장 공관 점거 계획까지 세우는 등 집권 세력에 걸맞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줬다. 북한 핵실험 등 안보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여권은 사태 해결보다 핵실험의 원인을 야당 측에 돌리는 데 급급했다. 전날 밤에는 국무위원 등을 동원한 '꼼수 필리버스터'로 야당을 더욱 자극했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이 당초 해임건의안 처리 반대 입장에서 돌아선 이유를 새누리당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김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 직후 "정세균 의장과 더민주는 오늘 저지른 헌정사에 유례없는 비열한 국회법 위반 날치기에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간 여당의 모습을 보면, 협치의 태도는 사실상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불통과 새누리당의 고집이 이번 정기국회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에 '최순실 게이트 의혹' 등을 둘러싼 여야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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