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협정이 체결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강만수 살리기'가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다. 개각설 잠재우기를 넘어 '강만수 경질론'도 이참에 뭉게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될만한 형국이다.
"대통령이 말로 다 표현해서야…믿어 달라"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에 가서 미 재무장관, FRB 의장과 이야기를 잘 한 것 같다"며 "양측의 협조가 잘 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가진 환담에서 "협정체결에 축하드린다"는 참석자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시장과 정치권 모두로터 강력한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 번 강하게 밝힌 발언이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100년 만의 위기가 왔다고 했는데, 어떤 사람은 대통령과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게 아니냐고 한다"며 "100년 만에 온, 세계가 공히 겪는 위기를 소홀히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대통령이 걱정하고 대비하는 것을 말로 다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해 적절한 대비책을 만들고 있는 만큼 우리 국민들도 정부를 믿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쓰러져 가는 경제를 살리는 것은 내수활성화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분간 세계 경제를 볼 때 내수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며, 지역 간 규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가급적 규제완화에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럴 때 조금만 속도를 늦춰도 평소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개혁에 대한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며 "어려울수록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준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 대통령은 최근 한국노총 산하 사업장에서 '무쟁의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무엇보다 비상시기에는 노사 문제가 잘 돼야 한다"며 "한국노총이 보여 준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은 민간위원 신분으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나라 "개각설 수면 아래로 잠길 것"
한나라당도 통화스왑협정 체결을 '강만수 살리기'의 호기로 삼았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민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한미 통화스왑 협정과 관련해 "외환 시장 등 우리의 금융위기 문제가 안정이 되면 경제지도부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올라갈 것이고 안정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한미 통화스왑이 지난 IMF 회의에 참석한 강만수 장관의 요청으로 타결됐다"며 "시장에 안정을 줄 수 있고 최근 불거져 나온 개각설 등이 수면 아래로 잠길 것으로 본다"고 강 장관을 추켜세웠다.
조윤선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 금융당국이 국제적인 금융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왔지만 미국의 정관계, 재계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한미 통화스왑 협정 체결이라는 국제공조의 쾌거를 이뤄냄으로써 그런 우려는 해소됐다"며 강만수 경질론 불식에 힘을 실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번 협정을 두고 "우리가 미국의 달러 우산 밑으로 들어갔다"며 "심지어 우리 한국이 달러를 발권하는, 발행하는 그런 위치에도 설 수 있다는 고무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해 '과도한 부풀리기'라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는 박 대표는 "통화스왑은 한미 간에 우리 원화를 주면 미국에서 달러를 바로 교환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의 외환부족 염려는 없어졌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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