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일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여소야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비정규직법 관련해서 노동계에서는 여러 가지를 야당에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안들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어 있다. <프레시안>에서는 이들 법안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현재 왜 필요한지를 연속 기고로 짚어본다.
파견, 용역, 사내 하청, 도급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간접 고용이다. 고용을 직접하지 않고 중간에 하청 업체 같은 것을 끼워서 고용한다고 해서 간접 고용이라고 부른다. 형식적으로 근로 계약서는 하청 업체하고 맺고 있지만 실제 간접 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 고용 등 노동 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원청 사업주다.
그런데 원청 사업주는 노동법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는 ‘당신은 하청 업체와 근로 계약을 맺고 있으니 노동법상 책임을 질 사용자는 하청 업체 사장이다’라고 말하며 책임에서 벗어난다. 노동자를 사용하는 자는 원청 사업주가 분명하고, 그 노동자의 임금, 고용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것도 원청 사업주가 분명하며, 그 노동자의 노동으로 생기는 이윤을 챙겨가는 것도 원청 사업주가 분명하다. 그런데, 노동법상 책임은지지 않고 전혀 무관한 관계라고 발뺌한다. 이를 법제도가 용인해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단체 교섭을 요구하면 ‘나는 사용자가 아닙니다. 사업장 내에서 노조 활동을 하려면 여기는 원청 사업주인 우리 소유 공간이니 나가시오’라고 한다. 파업에 들어가면 원청 사업주가 대체 근로를 투입해도 원청은 ‘사용자’가 아니니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파업도 무력화된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하청 업체 사장은 자기도 도급 계약에서 정해진 월급받는거나 마찬가지 처지라며 권한이 없다고 한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하청 업체와 도급 계약을 해지한다. 하청 업체는 폐업처리되고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된다. 그래도 조용하다. 이것은 현재 거제, 울산의 조선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이러니 너도 나도 외주화, 도급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하여 직접 고용하지 않고 간접 고용으로 돌린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파견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법안, 불법 파견도 모두 합법 파견으로 둔갑시키는 법안을 내어 놓고 국회를 윽박지르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우리는 비정규직이 얼마요’라고 공개하는 제도가 있다. 고용 형태 공시 제도다. 스스로 밝히는 것이니 그 수를 줄이면 줄였지 늘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6년 3월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종별 간접 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직접 고용 비정규직 비율보다 높고 특히 조선(66.5%), 철강금속(38.4%)에서 간접 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간접 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300인 이상 500인 미만 기업은 3.7%인데 1만 인 이상 거대 기업은 33.0%다. 거대기업이 간접 고용 비정규직의 온상이자 주범인 것이다. 10대 재벌 비정규직은 38.0%로, 간접 고용 비정규직(30.6%)이 직접 고용 비정규직(7.4%)보다 4배 많다. 특히 현대중공업, GS, 포스코그룹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재벌 계열 거대 기업일수록 사내 하청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재벌 대기업이 간접 고용 비정규직 온상이고, 그 비중이 30%에서 심한 경우에 66%까지 되고 있다. 정규직으로 고용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간접 고용을 통해서 초과 착취를 하고, 노동법상 책임도 회피하고 있다. 이들은 돈의 힘으로 국회도 주무르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이들과 한통속이 되어 있다.
원청 사업주 사용자 책임을 입법화하라. 이 요구는 무언가 새로운 걸 하자는 것이 아니다. 노동법상 책임을 져야함에도 이를 피해가는 원청 사업주에게 우리 사회가 정한 룰을 좀 지켜라. 노동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은 준수해 가면서 돈을 벌든지, 사업을 하든지 해라는 당연한 요구를 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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