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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이 지구인의 축제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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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이 지구인의 축제가 되길 희망한다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의 수상한 여행] ㉔맨체스터에서 한국을 알리다

맨체스터에서 한국을 알리다

10월 1일. 아침 맑음. 이제 골인 지점인 맨체스터(Manchester)로 향했다. 노면이 미끄러워 앞 브레이크를 약하게 잡으며 B5359번 도로를 따라 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 선수를 만날까? 아참! 은퇴했지. 오늘 오전에 맨유에서 박지성과 관련된 어떤 흥미로운 발표를 한다고 하던데 뭘까?

발표 현장에 한번 가 볼까?’ 오후 1시. 맨체스터에 접어들자 맨체스터대학이 처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대학 정문에서 사진을 찍고, 학생들과 함께 교내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마치 대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맨체스터 중심가는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2층 버스와 트램이 줄지어 달렸고, 보행자들은 신호등에 상관없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책임은 본인이 지면 된다는 생각인가 보다.

이곳에서 교통신호는 우리 같은 낯선 외국인들만 잘 지킨단다. “좋아. 그럼 우리도 신호 안 지킨다.” 빨간불인데 남들과 함께 홱홱 건넜다.

▲맨체스터.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맨체스터.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맨체스터.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드디어 목적지인 맨체스터 중앙 광장에 도착했다. 카메라 삼각대를 세우고 미리 준비해 간 현수막을 펴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현수막은 노란 바탕에 ‘수상한 여행’이라는 문구와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지구인의 축제가 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넣었다.

곧 중앙 광장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우리 주변에 모여들더니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어디서 출발했느냐, 며칠 걸렸느냐

오직 자전거만 타고 여기까지 왔느냐,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느냐” 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우리는 가져간 기념품들을 중앙 광장에서 많이 풀어 놓았다.

▲맨체스터.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맨체스터.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맨체스터 관광안내센터에 들러 숙소를 문의하면서 지난 여정을 얘기했더니 안내원이 중앙 광장 바로 옆에 있는 브리타니아호텔에 전화를 걸어 “한국에서 오신 ‘수상한 부부’를 잘 모시라”고 부탁해 주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깍듯한 예우를 하면서 특실을 일반 요금의 50%인 85파운드만 받겠다고 했다.

자전거도 직접 객실로 갖고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호텔 직원들이 한 사람씩 교대로 우리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브리타니아호텔 특실은 호화로워서 몸에 안 맞는 헐렁한 옷을 입은 기분이었다. 우린 자전거 집시다. 우리에게 맞는 숙소가 있다.

그동안 도나우 강가에서, 로만틱 가도에서, 모젤 강 포도밭에서, 로렐라이 언덕에서, 해변에서 캠핑하며 지냈다. 남의 집 정원에서 자기도 했다.

밤이슬 거둘 천막과 땅콩 모양의 침낭, 그리고 손 뻗으면 모든 살림살이가 내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공간에서 생활했다. 그에 반해 객실은 너무 넓어 저만치 가야만 내 손이 닿는다.

양탄자 향기도 친하지 않다. 도금한 샹들리에는 허공에 떠 있고, 스탠드는 너무 세련되고 딱딱하다. 갑자기 김치찌개가 생각났다.

주먹만 하게 썬 돼지고기와 혀가 돌아갈 정도의 신 김치를 함께 넣어 보글보글 끓여 먹고 싶었지만, 가까운 차이나타운에서 매운 음식과 독한 술 한 병으로 여정을 자축했다.

무엇보다도 사고 없이 도착해서 참 다행이다. 횡단 과정에서 난감한 상황이 여러 차례 닥치기도 했지만 늘 그때마다 눈물겹도록 고마운 인연을 만났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맨체스터 브리타니아 호텔.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맨체스터 브리타니아 호텔.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10월 3일, 아침 맑음. 호텔 커튼을 걷어 올렸다. 사방이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제 또 떠난다. 역마살 낀 자전거 집시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평소 가 보고 싶었던 에든버러(Edinburgh)로 향했다.

▲에든버러행 기차.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에든버러행 기차.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에든버러행 기차. ⓒ‘바이크 보헤미안’ 최광철

맨체스터역 14번 플랫폼에서 기차를 탔다. 에든버러는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인데, 얼마 전 독립 투표 부결로 뒤숭숭하단다.

기차 요금은 맨체스터에서 1인당 64파운드였다. 출발에 임박해서 표를 끊었기 때문에 좀 비싼 가격이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인터넷으로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에든버러는 유명한 관광지라고 하는데 갑자기 숙소를 구할 수 있을까? 아마 그곳은 추워서 캠핑하기도 어려울 게다. 하여간 찾아보자.

사람 사는 곳에 어디 잘 곳이 없겠는가. 나는 구글을 통해 한인 민박집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은아네 민박이죠?” “두 사람, 자전거 두 대, 방 있나요?” “OK! 좋아요. 앞으로 두 시간 후에 도착해 찾아갈게요.”

도착해 보니 어제 막 리모델링을 마친 가족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에 미리 전화를 했거나, 하루 늦게 도착했다면 아마 안 됐을 것이다.

에든버러 중앙역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 몽고메리 스트리트 15번 집이었다. 벨을 누르자 오전에 전화를 받았던 총각이 대문을 열어 줬다.

가정집이고 아담해서 꼭 원주 우리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격은 아침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하룻밤에 55파운드. 화장실, 샤워장도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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