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 상태는 통제 불능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말 북한은 미쳤거나 미치려고 작정한 걸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해설 기사를 통해 "북한은 미치광이가 아니라 매우 이성적인 나라"라고 했다.
NYT는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매우 긴박한 우려를 낳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이 결코 미친 짓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행동이라는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호전성은 언제든 외부의 군사력에 의해 공격을 받거나 붕괴될지 모르는 취약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계산된 행동이다. 미친 게 아니라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이 말하는 이성적 국가는 그 나라의 지도자가 항상 최선의 도덕적 선택을 한다거나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보존을 위해서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 전문가 데니 로이는 "'미친 나라', 혹은 '무모한 폭력성' 등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판은 거대한 오해의 산물이며, 오히려 북한을 유리하게 만든다"고 했다.
데이비드 강 남캘리포니아대 교수도 "북한 지도자들의 행동이 혐오감을 주기는 하지만 자국의 이익에 충실한 이성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다"며 김정일 시대에 이어 현재의 김정은 체제에서도 이는 유효한 분석이라고 했다.
NYT는 "잔혹함과 냉철한 계산은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라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에 맞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이성적인 방법"이라고 풀이했다.
북한이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상태로 몰고 가는 이유는 그것이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방편이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배경에도 생존을 위한 이성적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특히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무아마르 카다피를 제거한 나토의 리비아 개입을 지켜본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언제 침공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미군 기지와 남한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하며, 핵 프로그램이 미국의 침공 위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NYT는 이어 북한은 구소련의 몰락으로 냉전 체제가 사라지자 위기에 몰렸고, 중국마저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고립감이 더욱 커졌다면서 북한 지도부는 이를 선군 정치로 돌파하려고 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선군정치를 토대로 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불규칙하거나 실패하기도 했지만 국제사회의 위기감 증폭과 자국의 이익 실현의 면에서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NYT는 "북한의 이러한 이성적 행동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며 "북한은 한반도에 전쟁 직전의 긴장이 유지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작은 충돌이나 오판을 부를 수도 있다"고 했다.
NYT는 이어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를 타격할만한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향후 10년 내에 그렇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의 이성적 행동은 '자포자기 이론'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이론의 골자는 어떤 나라가 좋은 선택을 할 여지가 없을 때는 최악의 카드를 뽑아든다는 것으로, 북한의 경우,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에 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핵무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북한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계산에 따라 이런 위험을 견디고 있다"면서 "우리도 원하든 아니든 그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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