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개발은 핵탄두와 이를 실어 나르는 운반 수단인 미사일 기술로 양분된다. 지난 3월 "이른 시일 내에 핵탄두 폭발 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하라"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지시는 이로부터 나왔다.
북한이 9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밝힌 5차 핵실험의 목적은 "새로 연구 제작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 폭발 시험"이다. 즉,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를 만들어 이를 폭발시키는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우리는 여러 가지 분열 물질에 대한 생산과 그 이용 기술을 확고히 틀어쥐고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 탄두들을 마음 먹은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평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를 다양한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기폭 장치를 500~600kg으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실제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이자 사실상 핵무기 체계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이날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아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관해선 기술적인 성숙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과거 4차례 핵실험을 통한 기술적인 성숙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 탄두화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이번 핵실험이 수소 폭탄인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다. 그러나 북한이 수소 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폭핵분열탄은 핵폭발 물질에 핵융합 물질을 주입해 원자폭탄보다 폭발력을 높인 것이다.
또한 북한은 5차 핵실험에 앞서 노동, 무수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잇달아 발사 시험함으로써 운반체 기술력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커드(300~700km), 노동(1300~1500㎞), 무수단(3000~4000㎞), SLBM(2500㎞) 등 다양한 운반 수단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면 한국과 일본은 물론, 괌 미군기지와 미국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핵탄두 고도화와 이를 실어 나를 다종의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북한은 지난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23년 만에 핵 프로그램을 사실상 완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이 5차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는 기폭 장치만 제거하고 소형화된 핵탄두를 실제로 다양한 탄도미사일에 장착해 발사하는 실험을 거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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