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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녹조, 간질환 유발 독성물질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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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녹조, 간질환 유발 독성물질 포함

[함께 사는 길] 4대강사업을 국회 청문회에 세우자

대동선착장에서 만난 어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낙동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던 어민 이성후 씨는 한숨을 쉬었다.

"물고기가 없어요. 작업하러 나가도 기름값도 안 나옵니다."

엄궁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한 어민은 "낙동강 하굿둑 막고 물고기가 100분의 1로 줄어들었다면, 4대강사업 이후에는 전멸"이라고 말했다.

4대강사업 전만 해도 어민들은 낙동강에서 갈게, 재첩, 갯지렁이, 웅어, 숭어, 도다리, 조기, 대치, 감치 등 23종 이상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삼량진 등 6곳을 조사한 결과 낙동강에서 잡힌 어종은 블루길, 강준치, 누치 등 8종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한 지점당 3~25마리 수준이었다. 한 전문가는 낙동강에서 베스나블루길 등 외래종조차도 멸종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 아름다운 모래톱이 사라지고 있는 내성천. ⓒ함께사는길(이성수)

낙동강에서 외래종조차 멸종할 판

4대강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도 참담하긴 마찬가지다. 환경연합 등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는 지난 6월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7월에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낙동강은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돼 있었다. 수심이 깊어지고 체류시간이 늘어난 탓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함안보(11미터), 합천보(11미터), 달성보(9미터) 등 각 지점별 수심 수질은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함안보와 합천보는 3등급(보통), 달성보는 5등급(나쁨)을 나타냈다.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합천보 4등급(약간 나쁨), 함안보와 달성보는 5등급(나쁨)을 나타냈다. 물속 산소량을 나타내는 DO(용존산소량) 수치는 표층에서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수심이 깊어질수록 그 양이 줄어들더니, 급기야 8~11미터 구간에서 대부분 고갈되는 현상이 전 지역에서 확인됐다. 용존산소는 하천 등의 자정작용이나 수중생물에 없어서는 안 된다. 이런 강에 물고기가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해마다 심각해지는 녹조

녹조 현상도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올여름은 계속된 폭염으로 4대강 일대 녹조현상이 더 심각하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남조류는 조류경보제 '관심' 단계 기준(1000cells/㎖)이 2주 이상 초과했다. 남조류 세포 수가 지난달 1일 1988cells/㎖를 기록한데 이어 8일 3738cells/㎖, 16일 7187cells/㎖를 기록했다. 창녕 함안보는 지난 7월 25일 4320cells/㎖, 8월 1일 8174cells/㎖로 증가하더니, 16일에는 3만6250cells/㎖으로 치솟았다. 조류경보제 단계상 '경계' 수준이다.

심지어 영주댐은 시험 담수 12일 만에 심각한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 영주댐은 4대강사업의 보 건설로 인해 예상되는 수질 악화를 완화하기 위해 만든 댐이다.

낙동강만이 아니다. 금강에서도 마찬가지다. 8월 8일 측정한 백제보의 남조류 세포수는 2만2530cells/㎖, 11일 3만2300cells/㎖, 16일 10만8000cells/㎖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낙동강에서는 지난 8월 16일부터 칠곡보와 강정고령보, 달성보 등 수문을 열고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금강 역시 세종보와 공주보, 백제보의 수문을 열었다.

해마다 녹조 번식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6~10월까지 녹조가 번식했지만, 2015년은 5~11월까지 녹조가 번식했다. 정부는 황토를 살포하거나 수차(水車)를 돌려서 녹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일시적으로는 눈에서 사라질지 모르나, 보에 갇힌 곳에 자리 잡은 녹조를 바닥에 가라앉혀 원인 물질을 그대로 두는 셈이기 때문에 결국 해마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4대강에 핀 녹조는 간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마이크로시스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정수 과정을 거치면 99% 이상 남조류가 제거된다고 한다. 100% 제거를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영세한 정수장의 경우 정수 과정을 신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약품투입량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소독부산물인 총트리할로메탄(THMs)은 발암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낙동강 일대의 수돗물 안전에 대한 위기감은 커지고 있는데, 정부는 앵무새처럼 "문제없다,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 낙동강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 ⓒ함께사는길(이성수)

ⓒ함께사는길(이성수)

정부도 알고 있다

최근 환경연합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은 '상수원 남조류 발생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준비했다. 하지만 환경부 측의 발제 거부로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주제가 너무 예민하다', '내용을 잘 모른다' 등이 환경부가 발제를 거부한 이유다. '녹조라떼'가 되어버린 4대강 사태를 수습해야 할 환경부가 최소한의 브리핑조차도 거부하며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환경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2013년 8월 청와대 보고를 통해 낙동강 녹조 확산의 원인이 4대강사업으로 설치된 보 때문이라고 보고한 바 있으며, 2015년 6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물이 보에 갇혀 있다 보니까 흘러내리지 못해서 태양 빛을 많이 받는 거죠. 그래서 녹조가 많이 생기는 거죠. 녹조는 피할 수 없다"며 4대강사업이 녹조의 주범임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수자원공사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낙동강 수계 최적연계 현장 시범적용안'에 따르면, 8개 보의 수문을 모두 열고 방류할 경우 녹조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7일 해명자료를 통해 "(낙동강 보의) 가용수량 여유가 많아 다수의 보가 활용될수록 녹조 저감 효과도 크다고 분석됐다"고 인정했다.


4대강사업 청문회를 열어라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4대강 보 수문을 열면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도 쓸 곳도 마땅히 없는 저 물을 왜 저리 가둬두는 것인가. 답답한 노릇이다. 맑았던 물이 곤죽이 되었는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과 정치권은 4대강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현장을 쉴 새 없이 뛰는 현장 활동가들은 올해가 4대강 문제가 관심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큰빗이끼벌레와 외래어종까지 사라진 4대강을 이대로 방치하면 최악의 상태로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수십만 마리 물고기 집단 폐사, 곤죽 된 녹조, 큰빗이끼벌레 창궐, 기생충과 붉은 깔따구 등장 등. 그동안 현장에서 보내온 참상은 그야말로 끔찍하다. 금모래 반짝이고 여울목에 햇살 부서지던 강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4대강 현장은 이미 충격적일 만큼 망가졌으며, 시민들의 분노는 절규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4대강사업의 폐해를 국민 앞에 사과하는 책임자가 하나 없다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다. 국회가 책임을 묻지 않는 상황도 가히 정상이라 보기 어렵다.

현재 환경연합은 4대강 책임자를 국회 청문회에 세우기 위한 청원캠페인과 4대강 재자연화특별법 제정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4대강사업으로 망가진 수질, 생태, 예산 문제를 20대 국회차원에서 청문회를 통해 파헤치고 그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4대강 재(再)자연화 특별법 제정도 촉구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이 '4대강사업 검증(조사·평가) 및 인공구조물 해체와 재자연화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4대강이 녹조라떼가 된 채로 장기화된다면, 우리 다음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짙은 녹색의 고요한 호수를 강의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더 이상 속절없이 시간만 흘려보내지는 말자. 4대강사업을 청문회에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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