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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우조선 청문회는 '깃털 청문회'"

홍기택 등 주요 증인 불참, 자료도 미제출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대해 언제 알았나. 분식회계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자금을 지원했나.

다들 궁금해 한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 산업 구조 조정 연석 청문회(서별관 회의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었다.

이혜훈 "분식회계 가능성 포착했는데 왜 감리 안 했나"

이날 청문회에는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고인으로 참석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을 당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인정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대 지원을 하기로 결정한 서별관 회의는 지난해 10월 22일 열렸다. 그해 국정감사는 이보다 앞선 9월에 진행됐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금을 지원했다는 게다.

이에 대해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별관 회의) 당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위험성을 인지한 것은 맞지만 분식회계임을 명확히 알고 (지원)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답변에 대해선 여당 의원들도 반발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분식회계 가능성을 지난해 상반기부터 포착했는데 왜 감리를 하지 않고 6개월이나 허송 세월을 보내 국민 부담을 이 정도까지 늘어나도록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며 "금융위원장이 직무를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이유 설명 없이 불참

하지만 청문회는 줄곧 김빠진 분위기로 진행됐다. 쟁점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이들이 빠진 탓이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는 KDB산업은행이다. 대우조선해양 CFO(최고재무책임자) 역시 줄곧 산업은행 출신이 맡았었다. 사실상 산업은행이 파견한 것이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에 대해선 산업은행이 가장 잘 안다.

하지만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고 불참했다.

국회의원들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해 임의동행 명령을 내리든 검찰과 협조하든 (청문회에) 참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상쩍은 미청구 공사 잔액

홍 전 회장이 빠진 탓에 이날 청문회는 그가 예전에 한 발언을 기억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기식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하반기와 2015년 상반기에 홍 전 회장을 만난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전 의원이 홍 전 회장에게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위험이 있으니 점검해보라'고 경고했다는 게다. 김 전 의원은 당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부실이 났는데 대우조선해양만 흑자가 나서 이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이 분식회계 의혹을 품게 된 근거는 미청구 공사 잔액이다. 미청구 공사란 수주기업이 매출액으로 인식은 했지만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아서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자산을 가리킨다.

예컨대 조선 업체가 1000억 원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하자. 이 회사는 지금 공정을 30% 진행했다고 본다. 반면 발주처는 공정이 20% 진행됐다고 본다. 공정 진행 정도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것이다. 이 경우, 수주 기업은 발주처가 인정하는 20%에 해당하는 금액, 즉 200억 원을 매출채권으로 잡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인정하는 공정 진행 정도와의 차이에 해당하는 10%에 해당하는 돈, 즉 100억 원은 미청구 공사로 잡는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계약금액 대비 초과한 비용까지 미청구 공사 잔액으로 회계 처리했다. 이건 미청구 공사로 잡아서는 안 되는 돈이다. 이 대목에서 분식회계 의혹을 품었다는 게 김 전 의원의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들여다 본 회계사들 역시 비슷한 설명을 한다.

김 전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수십 건의 해양플랜트 계약이 모두 원가를 초과했다. 계약금액보다 초과된 비용에 대해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계약상 분명한데 미청구 공사 잔액으로 회계처리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홍기택 전 회장도) 자기가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청구 공사 관련 쟁점은 외부에서 파악하기가 까다롭다. 공정 진행 상황에 대한 판단과 맞물린 쟁점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은 현장 책임자가 회계 처리를 하는 전결 규정을 뒀다. 산업은행이 파견한 CFO의 통제 밖에서 이뤄진 회계 처리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이 조직적인 분식회계를 할 수 있었던 한 원인이다.

그런데 김 전 회장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이런 전결 규정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김 전 의원은 "(홍 회장이)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바 없다"며 "자기가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홍 전 회장 외에도 핵심 증인 상당수가 빠진 채로 진행됐다. 최경환 의원(전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한 중요 당사자다. 그러나 이들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게다가 청와대 서별관 회의 자료, 감사원 감사 보고 자료 등 중요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우리 경제의 향배를 가늠하는 청문회가 중요 핵심 인사가 빠진 '깃털 청문회'로, 최소한의 자료도 빠진 '먹통 청문회'로 진행되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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