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대학을 다니며 후배에게 신장을 떼준 60대 만학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산 브니엘 신학대학에 다니는 황용남(67) 씨는 최근 같은 대학 후배인 이근생(60) 씨에게 신장을 떼어줬다.
지난달 11일 양산부산대학병원에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한 황 씨는 3일 병원을 찾았다. 두 사람은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다.
황 씨는 이 씨에게 “얼른 퇴원해야지”라며 말을 건넸다. 이 말을 들은 이 씨는 황 씨의 손을 꼭 잡으면서 “선배님 감사합니다. 새 생명을 주셨는데....”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두 사람의 사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신학대학 선후배 사이로 평소 친분관계가 두터웠다. 그러던 중 3년 전 이 씨의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 씨는 병원을 다녔지만 완쾌되지 않았다. 당뇨에다 심부증의 합병증이 겹치면서 신장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의사는 이 씨에게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씨의 아내가 신장을 주려고 했지만, 갑상샘을 앓고 있어 신장이식을 불가능했다. 앞이 캄캄했다.
이런 사정을 안 황 씨는 이 씨에게 만나자고 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신장이 이 씨에게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면서....지난해 4월 두 사람은 병원으로 향했다.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병원의 결과가 나왔다. 8월 11일 두 사람은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6시간이 넘는 대수술이었지만, 수술결과는 좋았다.
황 씨는 벌써 퇴원해 일상에 돌아갔다. 이 씨도 감염으로 며칠 더 입원해야 하지만, 곧 퇴원한다.
황 씨는 “후배(이 씨)의 사정을 듣고 고민하던 차에 어느 날 기도를 하다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며 “믿음으로 만난 사이이라 더욱 애틋하다”고 웃어 보였다.
경남 양산시 어곡동에서 뷔페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황 씨는 평소에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앙생활에서 배어 나오는 ‘남에게 베풀자’는 생활신조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아내도 같은 대학에서 신학을 배우고 있어 황 씨의 이런 마음을 동조했다고 전해졌다.
수술을 맡은 이모 교수는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신장 기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투석을 하는 사람들이 4만 명 이상인데, 기증자가 많지 않아 한번 신청을 해서 차례대로 이식을 받으려면 3~40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귀띔했다.
황 씨로부터 새 생명을 받은 이 씨는 “전도사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씨도 신학대학을 다니면서 종교인으로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에도 지역 봉사단체 회원으로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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