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직권 남용과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된 끝에 검찰 수사가 이루어지게 된 점을 언급하며 "이번 정기회의 기간 내에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 수사 기관 설치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해 달라"고 여야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정 의장이 이 같은 개회사를 마치자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고 여당 의원들은 고성으로 항의를 쏟아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을 영어로 스피커(Speaker)라고 한다. 상석에 앉아 위엄을 지키는 체어맨(Chairman)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인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쓴 소리 좀 하겠다"면서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국민의 공복인 고위 공직자,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티끌만한 허물도 태산처럼 관리해야 하는 자리"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은 실질적으로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라며 우 수석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정 의장은 "이제 더 이상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 기관의 신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여야 지도부와 의원 여러분께 당부드린다"며 "이번 정기회의 기간 내에 고위 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 수사 기관 설치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 의장의 "국회는 여와 야의 입장 차이에도 국민을 대표해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의회 고유의 기능이 있다"면서 "그런데 그동안 우리 국회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감시와 견제의 역할보다는 정파적 이해를 우선시했던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정 의장은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그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그로 인한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과정이 생략되면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응분의 제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개회사가 끝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금 뭐하는 거냐"며 고성으로 항의한 후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단상으로 다가가 정 의장에게 강력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금 국회의장이 원내대표 연설을 하는 것이냐"며 "양당 간에 중재를 해야 할 의장이 자기 의견을 어디 원내대표가 연설하듯이 하냐"고 반발했다.
정 국회의장은 지난달 22일에는 "정쟁으로 국회가 아무 일도 못 하는 식물국회의 모습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면서 "빨리 (우병우 민정수석 수사를) 특검에 넘기고 민생을 비롯한 중요한 문제에 대통령과 정부, 정당이 전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 관련 기사 : 정세균 "우병우, 특검 넘겨야"…새누리, 靑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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