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회의 탄핵이 확정되면서 브라질 정국과 중남미 정세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탄핵 직후인 31일(현지시간), 미셰우 테메르 신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좌파 성향의 남미 국가들이 곧바로 반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호세프에 대한 탄핵이 확정되자 곧바로 브라질과의 정치 외교 관계 동결을 선언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호세프에 대한 탄핵과 축출은 의회 쿠데타"라며 "의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정부와는 정치·외교적 관계를 동결하고 대사를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세프를 축출하기 위한 정치 절차가 민주주의와 브라질 헌법을 위배했다"며 "중남미 좌파에 대한 과두정치와 제국주의 공격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브라질 외교부도 브라질리아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콰도르도 탄핵 가결 이후 브라질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남미의 암울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관행들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세프를 탄핵한 브라질 상원은 직권 남용과 반역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상원 최종 표결에 앞서 호세프에 대한 탄핵이 확정되면 브라질리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남미 좌파 블록의 기수 역할을 했던 브라질이 사실상 정권 교체되면서 2000년대 이후 남미에 일었던 좌파 물결의 퇴조가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반면 미국은 탄핵 이후에도 브라질과의 강력한 상호 관계가 계속될 것이라고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브라질과의 강력한 양자관계를 지속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브라질의 민주 기관들이 자국 내 헌법적 테두리 내에서 행동했다"고 했다.
브라질 정국을 불확실성에 빠뜨렸던 탄핵 정국이 종결되었음에도 정치, 경제적 불안정성이 해소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우파 성향의 테메르 대통령이 친기업적 정책과 연금 및 사회 복지를 축소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브라질 민심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테메르 대통령의 임기가 호세프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2018년 12월 31일까지로 2년여에 불과한 데다, 오는 10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그가 정국 장악력을 보이기 어려운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호세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실질적인 탄핵 배경이었던 브라질 경제난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010년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의 여파로 시작된 브라질 경제 위기는 2014년 이후 더욱 악화돼 지난해 브라질 경제 성장률은 -3.8%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에서 테메르 정부가 사회 복지 시스템의 근간마저 허물 경우 서민 및 빈곤층의 반발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경제정책 조사기관인 피터슨인스티튜트의 모니카 디볼 연구원은 "호세프가 탄핵됐다고 해서 이미 기능이 망가진 브라질 정치 시스템이 한순간에 회복될 수는 없다"면서 "사람들은 '테메르는 곧 레임덕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한 브라질 시민은 AP통신 인터뷰를 통해 "브라질 노동계층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물가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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