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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청산' 유력…한국 경제, 새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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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청산' 유력…한국 경제, 새 먹구름

부산 항만 경제 위축될 듯

한진해운이 법정 관리를 받게 됐다. 그 뒤엔 '청산'이 유력하다. 존속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회사의 청산이란, 기존의 모든 법률 관계를 종료하고 재산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청산 가치가 더 크다는 건, 회사가 영업을 계속 한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청산했을 때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법정 관리 상태에서, 법원이 청산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하면, 청산 절차를 거친다. 한진해운은 이런 궤도 위에 올라섰다.

임종룡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은 불가능"


그럼, 한진해운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법원이 정한 청산 가치보다 많은 돈을 내고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측이 나올 수도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이 이런 경우다. 팬택은 법정 관리와 청산을 거쳤지만, 새로운 인수자를 만나 회사를 유지하게 됐다.

누가 한진해운을 살 건가. 우선 거론된 대안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이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확실히 선을 그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불가능하다는 게다. 현대상선 역시 겨우 숨을 돌린 상태라서 인수 여력이 없다는 게다.

다른 대안은 외국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다. 세계 7위 규모인 한진해운을 아주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다. 일각에선 덴마크에 근거를 둔 머스크 그룹이 인수 혹은 지분 투자를 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머스크는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머스크가 지닌 파나마 운하에 대한 영향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다. 그러나 아직은 가설일 뿐이다.

배 넘기고 해운동맹 퇴출, 컨테이너 운송도 중단

지금으로선, 한진해운이 청산을 통해 공중분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럼, 어떻게 되나.

첫째, 용선료를 받지 못한 선주들에게 배를 넘긴다. 둘째, 해운동맹에서 곧장 퇴출된다. 해운 업계의 영업 활동, 즉 배로 화물을 운반하는 일을 맡는 건, 오로지 해운동맹 안에서 이뤄진다. 해운동맹 바깥에서 일감을 따내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나중에 새로운 해운 업체가 생겨도, 해운동맹이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다.

한진해운 소속 선박 역시 컨테이너 운송을 멈춰야 한다. 이 경우, 복잡한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 글로벌 해운 업체가 법정 관리를 거쳐 청산에 이르는 건 사상 처음이다. 따라서 예상치 못한 법적 쟁점이 불거질 수 있다.

운임 인상 필연, 수출입에 부담

이런 문제가 정리된 뒤에도 부담은 남는다. 국내 해운업체가 현대상선 한 곳만 남게 되면, 운임 인상이 필연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이런 경우 미주 항로 운임이 27.3%, 유럽 항로 운임 47.2%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기업의 수출입 활동에도 부담이 된다.

국내 기업들은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국내 해운업체를 이용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 기업은 다른 외국 해운업체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항의 위상 추락

이는 다시 부산항에 대한 부담이 된다. 항만이 처리하는 물동량이 줄어든다는 게다.

아울러 환적 화물 감소 역시 큰 타격이다. 환적 화물이란 국내 항만에 들어온 화물을 국내에 반입하지 않고 다른 선박에 옮겨 실어 바로 내보내는 것이다. 부산항이 지난해 처리한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1946만TEU(twenty-foot equivalent unit, 컨테이너 크기 단위) 가운데 환적 물량은 1011만TEU다. 한진해운이 부산항 환적 물량의 10%가량을 처리한다. 그게 사라진다. 아울러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 회원사들이 부산항 대신 다른 항만을 이용하는 빈도도 높아질 게다.


이런 점을 두루 고려하면, 부산항은 단지 한진해운의 물량이 사라지는 부담만 겪는 게 아니다.


부산항의 위상 자체가 떨어진다. 부산항이 지금의 위치를 누리는 건, 두 개의 글로벌 해운 업체가 동남아시아와 일본, 중국의 화물을 부산항에 모아 와서 다시 미국과 유럽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일종의 물류 허브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한진해운이 사라지면, 일본과 중국의 항구가 그 역할을 나눠 맡는다.

조선 산업 수요 감소

이는 다시 부산 경제에 타격이 된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물류학과 교수는 최근 YTN 인터뷰에서 한진해운 청산 이후 부산 지역에서 발생할 실업자 규모를 2만5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물론, 이 가운데 많은 수는 곧 재취업이 될 게다. 하지만 나머지 한 곳인 현대상선 역시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라서 추가 고용이 어렵다. 따라서 실업자가 전보다 좋은 일자리로 옮겨갈 가능성은 낮다.

조선 업체들도 타격을 입는다. 해운 업체가 사라진다는 건, 조선 업체 입장에서 고객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해운 관계자들은 여기에 더해 안보 위험까지 거론한다. 전쟁이 터지면, 해운 업체는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 병력과 군수 물자를 수송해야 한다. 이런 역할에 구멍이 생긴다는 게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청산은 막기 어려워졌다. 설령 외국 업체가 인수해도, 일부 기능만 살아 남는다. 따라서 앞서 거론한 피해는 대부분 그대로 발생한다. 무역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에 새 먹구름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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