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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일화? '연립 정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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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일화? '연립 정부'가 답이다"

[기고] "권력 독점 안 돼…섀도우 내각 공약해야"

다가오는 대선의 승패에 대해 제1야당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쉬운 게임으로 간주할 수도 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는 과정으로 예측된다.

며칠 전 같이 점심을 먹던, 별 말이 없이 항상 침착한 젊은 친구는 "(야당은) 항상 시늉만 하죠"라고 말을 한다. 엊그제 탔던 택시의 기사는 대선 얘기가 나오자 "그 놈이 그 놈이죠. 누가 잡은들 우리 서민이 달라질 게 있겠어요? 관심 없네요"라고 화를 낸다.

단일화가 목표로 되어서는 안 된다


아니나 다를까 단일화 주장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호남이 단일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며 일종의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공자는 "정치란 올바름이다(政者, 正也)"라고 했다. 정치란 이신작칙(以身作則), 먼저 자신이 솔선수범해 올바름의 진정성을 보여야 하는 것이며, 대중에 대한 봉사가 그 최우선적 과제이자 핵심적 임무이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이다. 20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명목상 정당 득표율은 33.5%였지만, 실제 의석 점유율은 40.66%로 7.16%포인트 이득을 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명목상 정당 득표율이 25.54%였지만 실제 41% 의석을 차지해 15.46%포인트 이득을 봄으로써 오히려 여당보다 더 큰 수혜자가 됐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14.08%포인트와 5.23%포인트 손해를 봐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잉 대표'되었다. 보다 겸허해져야 한다.

공공재로서의 권력, 독점돼서는 안 된다

단일화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상대측으로 하여금 양보하라는 압박의 논리로 작동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단일화란 과정의 최종적 산물 혹은 결과로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 당시 이뤄낸 '민주화'란 모든 대중들이 공동으로 실현시킨 일종의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로서 독점의 대상이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이러한 공공재로서의 권력을 독점하고 사유화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났고, 그 후유증으로서의 계파 갈등과 상호 불신이 오늘날까지 뿌리 깊게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장차 실현시킬 '민주 정부' 역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뤄내는 공공재로 인식되어야 하며, 결코 사유화와 독점의 대상이어서는 안 된다.

'섀도우 내각'을 공약해야 한다


지역과 정당, 그리고 계파로 사분오열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단일화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특히 '승자 독식'의 현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주창되어야 할 것은 단일화가 아니라 연립 정부이다. 현재 거의 모든 유럽 선진국들은 다수제가 아닌 합의제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리하여 행정부의 일반 형태는 연립 정부가 되며, 시민들의 의사는 정당들 간의 합의에 의해 해석되고 구현된다. 당연하게 권력은 분산되고 공유된다.

이렇게 먼저 야권에서 연립 정부를 내세우는 것은 대선 승리의 유력한 방안인 동시에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방지하고 승자 독식의 권력 독점과 지역주의 지양의 모범을 보일 수도 있다.

이른바 '섀도우(shadow·그림자) 내각'을 공약하고, 그러한 연합과 상호 신뢰의 정신으로 선거전을 전개해 나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대 호남 정치 세력 대 정의당 대 시민 세력이 권력 분할 비율을 3:3:2:2 정도로 정한다. 구체적으로 '노동부 장관 노회찬(혹은 심상정)' 등으로 이름을 적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장관의 임기는 대통령 임기와 같이 함으로써 연립 정부로서의 책임 정치를 구현하는 방안이 최선이겠지만, 최소한 대통령 임기의 반을 넘는 3년을 보장하도록 한다.

우리와 판박이 '정권 교대'의 대만, 이번엔 진보 정부가 승리했다


마무리 글은 고무적인 이야기다. 대만의 정권 교체는 우리나라와 완전하게 판박이였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정부'가 설 때 대만에서도 민진당(民進黨)의 진보 정부가 수립됐고, '참여 정부' 때는 역시 민진당이 다시 승리해 계속 정권을 잡았다. 당시 대만 민진당 주석은 우리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변호사 출신이었다. 그러다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리와 대만 모두 진보 정부가 패배하고 두 번 연속 보수 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보 정부가 두 번의 패배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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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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