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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명 몫 재산 가진 한국의 1%, 그들은…

[사회 책임 혁명] 우리에겐 부족한 건 '강력한 대응'

휴가철이 다가오면 으레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자연과 대화하기를 꿈꾼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번잡한 도시에서 잠시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고 풀어진 인생 짐도 다시 얽으며 몸과 마음을 곧추세우고 싶다. 이번 여름은 1994년 만큼이나 무덥고 습하여 심신이 헐거워졌기에 특히 그랬다. 그러나 풀어진 짐보따리에 막혀 올해의 계획도 그리움으로 남을 듯하다. 대신에 지리산에 자리 잡은 시인 이원규의 시구절로 위안 삼아 본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 삼 대째 내리 /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 아무나 오지 마시고 /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 겸허하게 오고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中에서)


이 시를 접하면서 페이스북 지분의 99%(52조 원)를 기부하겠다는 마크 주커버그, 역시 재산 99%(50조4000억 원)를 기부하겠다는 워런 버핏, 매년 엄청난 기부를 실행하는 빌 게이츠, 전 재산(37조 원)을 기부하겠다는 사우디의 알왈리드 빈 탈랄 등 기부 천사가 줄줄이 지리산을 방문한다면 삼대째 적선은 아니어도 능히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피식 웃어 보기도 한다. 세계 갑부 62명의 재산규모가 36억 명의 재산규모와 맞먹는 지구촌에서 이들의 베품이 한시 바삐 대중에게 가까워지기를 고대한다. 다만 1인당 GDP 3만불 시대를 운운하는 우리나라에서, 상위 1% 국민의 재산이 1300만 명의 재산과 맞먹을 정도로 부의 쏠림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기부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욕심일까?


얼마 전까지 민감한 뉴스가 많았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 이건희 삼성회장의 성매수, 기업인들의 운전기사와 경비원에 대한 슈퍼 갑질 논란 등등. 국민주권과 군사주권 망실, 국가권력부패와 실패가 예정되었던 검찰개혁, 기업자원의 사적 악용 의혹과 인권유린 등으로 불리는 무겁고 답답한 사태들이다.

혹자는 사드와 우병우 사태의 심각성을 흐릴 목적으로 사생활인 이 회장 성매수 사태를 드러낸 것이라 우려하고, 혹자는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한 이 회장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닌가 강변한다. 사드는 주권의 문제이니 논외로 하더라도, 국가원수 만큼이나 철저히 조직의 보호를 받아온 이 회장의 일탈이 단지 사적 일탈에 불과한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삼성그룹이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라 국민혈세의 지원을 받아온 기업임을 되새긴다면 성매수 사태를 우병우 사태보다 가볍게 취급할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회남자(淮南子)에 '갈불음도천수 열불식악목음(渴不飮盜泉水 熱不息惡木陰. )'라는 말이 있다. '목이 말라도 도둑의 물은 마시지 않고 더워도 나쁜 나무의 그늘에서 쉬지 않는다.' 즉, 떳떳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배척한다는 의미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옳지 않음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지 관용과 융통성이 아니다. 이케아 만능서랍장, 폭스바겐 자동차 배출조작,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서도 이 원칙은 적용되었어야 하고 지속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가 원칙에 충실하고 작은 정의를 지켜낸다 해도 자본과 권력 중심의 사회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답답한 사태들이 빈번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일도 아니다. 우리는 본질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고 다수의 힘으로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정보민주화 시대에 접어 들었다. 잘못된 사회시스템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되고 대중에게 회자되는 이유는 정보민주화의 사회감시망네트워크 순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원컨 원치 않건 누구도 이 감시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감시망은 부당과 불평등에 대한 거침 없는 대응이다.


우리사회의 지도층에게 바라건대 흑심을 품지 말고 이슬의 눈으로 온몸 불사르며 겸허히 대중에게 다가 오시라. 풀꽃 같은 대중들을 이해하기 위해 발로 깨달으시라. 그리고 그 꽃들에 대한 지극한 정성으로 함께 행복하시라! 시인의 글을 전하며 이만 줄인다.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 바람 불면 /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 꽃이 피면 파르르 /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 슬픈 나의 여인숙 // 걸어서 / 만 리 길을 가본 자만이 / 겨우 알 수 있으리 / 발바닥이 곧 날개이자 //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 ('足筆'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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