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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고위층 잇따라 사망, 남은 열쇠는 황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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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고위층 잇따라 사망, 남은 열쇠는 황각규

부메랑 된 신동빈의 '원 롯데, 원 리더' 선언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푸는 열쇠를 쥔 고위 관계자가 잇따라 사망했다.

박창규·이인원, 잇따른 죽음

검찰은 롯데건설이 2002년 이후 56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본다. 그 내막을 잘 알고 있는 박창규 전 롯데건설 사장이 지난 4월 병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한국 롯데그룹의 '살아있는 역사'로 통하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지난 26일 넥타이로 자기 목을 매 사망했다.

최근 롯데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조사받은 피의자들은 수사진의 추궁에 대해 "고(故) 박창규 전 사장이 아는 내용"이라며 답변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장례식이 끝난 뒤 진행될 수사에선 "고(故) 이인원 부회장이 잘 안다"라며 대답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합병 실무 총괄' 황각규 실장이 열쇠

그렇다면, 롯데 비리 수사는 길을 잃은 걸까.

그건 아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재벌 비자금은 특정 계열사가 독자적으로 만들 수 없다. 따라서 박 전 사장의 죽음은 큰 걸림돌이 아니다. 롯데 정책본부(다른 재벌의 비서실 격)를 제대로 수사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죽음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 등을 수사하면 길을 틀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롯데 사정을 아는 이들은 "비자금 조성 및 운영의 세부적인 내용은 황 실장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신 회장은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한국 롯데를 재계 서열 5위로 끌어올렸다. 황 실장이 이런 인수합병 실무를 총괄했다. 그리고 검찰은 비자금 조성을 비롯한 비리가 2000년대 초 이후 진행된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주로 잉태됐다고 본다.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 ⓒ연합뉴스
실제로 황 실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정책본부(옛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계열사 업무도 많이 맡았었다. 따라서 그룹 전체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건 황 실장이라는 이야기다.

또 황 실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이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상무로 한국 롯데에 처음 부임했던 신 회장의 직속 부하였다. 당시 한국 사정에 어두웠던 신 회장에게 가정교사 노릇을 했다고 한다.

따라서 황 실장은 총수 일가의 내밀한 사정 역시 잘 알고 있다.

황 실장의 입을 여는 게 관건인 셈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자살 하루 전인 지난 25일 황 실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 부회장의 자살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황 실장을 재소환할 수 있다.

MB와의 힘 겨루기, 사드 배치 등이 복합적 영향

이는 검찰의 수사 의지에 달린 문제다. 여기엔 정치 변수도 작용한다. 롯데 수사는 현 정부의 지난 정부에 대한 차별화 의지와 맞물려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현 정부의 롯데 수사에 대해 비판했다. 현 정부와 지난 정부의 샅바 싸움이 균형점을 찾은 대목에서 수사 수위가 정해질 수 있다.

아울러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부지 결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상북도 성주군에 있는 롯데 골프장이 유력하다. 이곳에 사드가 배치되면, 롯데는 다양한 부담을 짊어진다.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 정부에 찍힐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한 중국 사업에 걸림돌이 된다. 또 롯데 면세점을 이용하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롯데가 이런 부담을 감수하는 대신, 수사 및 처벌 수위를 조절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이인원 유서, 수사 방향 바꿀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유서에서 "지난해 초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모든 결정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리에 대한 책임이 신 총괄회장에게 있다는 뜻이다. 지금껏 진행된 수사 방향과는 다르다.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각각 이끈다는 게 신 총괄회장의 방침이었다. 따라서 한국 롯데에서 발생한 비리는 신동빈 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었다.

이 부회장의 유서 때문에 검찰의 수사 방향이 바뀔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이 부회장의 유서가 비리에 대한 책임 소재를 정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는 게다.

'원 롯데, 원 리더' 선언, 부메랑 되나?

또 "지난해 초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모든 결정을 했다"는 주장은 지금껏 알려진 사실과도 어긋난다. 이른바 '원 롯데, 원 리더(One Lotte, One Leader. 하나의 롯데, 하나의 지도자)' 선언이 나온 게 지난해 4월이다. 이는 신 총괄회장의 뜻과 다른 선언이었다. '지난해 초'까지 신 총괄회장이 모든 결정을 했는데, 같은 해 4월에 이런 선언이 나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또 '원 롯데, 원 리더' 선언이 나왔을 당시, 한국과 일본의 신 총괄회장 가신 그룹은 신동빈 회장 편에 선 상태였다. '지난해 초'보다는 훨씬 전에 신동빈 회장이 후계자 지위를 굳혔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서인지,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은 최근 '원 롯데, 원 리더'라는 표현을 자제하도록 일본 롯데 임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전체를 이끄는 유일한 지도자라는 선언이 부메랑이 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신 회장이 '원 리더'(하나의 지도자)라면, 비리 책임 역시 혼자 짊어져야 한다.


일단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일정만 조금씩 뒤로 밀린다는 게다.

▲ 지난 27일,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빈소를 방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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