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특성을 살린 섬세하면서도 ‘통 큰’지원
리우 하계올림픽에 출전한 태극전사의 든든한 후원자 중 하나는 경제계였다.
21일 전경련이 주요 기업들의 리우 올림픽 지원 사례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비롯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마트 훈련 투자, 선수들의 심리까지 챙기는 등 섬세하면서도 ‘통 큰’ 지원으로 태극전사를 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런던올림픽에 이어 우리선수단 개·폐회식 정장 제작을 맡았다. 태극마크에서 본 딴 색깔과 전통 한복의 동정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단복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베스트 5 단복’에 선정되기도 했다.
양궁·골프 선수복은 코오롱이 지원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점을 감안 코오롱에서 개발한 친환경 항균 모기 기피 소재 ‘모스락’이 적용됐다. 모기에 대한 걱정 없이 경기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한 배려였다. 대한항공은 선수단이 입을 컨테이너 2대 분량의 의류 수송을 무상 지원했다.
기업들은 선수 컨디션을 위해서라면 사소한 것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은 대한체육회와 함께 코리아하우스(한국 선수단 총괄지원센터) 내 급식지원센터를 마련해 ‘집밥’ 같은 한식을 제공했다.
현대차는 인근 식당을 빌려 상파울루에서 한식 조리사를 초빙해 언제든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한식 도시락을 만들어 경기장 및 선수촌으로 배달하는 등 다방면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경기장에서 선수촌까지의 먼 이동 거리를 감안, 경기장 인근 별도의 휴식공간을 마련해 준 기업들도 있다. SK는 펜싱 경기장 3분 거리 40평 상당의 현지 아파트 1채를 임대해 오전 예선이 끝나고 아파트에서 잠시 쉬었다 저녁 경기에 출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현대차는 휴게실, 물리치료실, 샤워실을 갖춘 리무진 트레일러를 경기장 인근에 마련해 대회 기간 중 양궁 선수단의 컨디션이 최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삼양인터내셔널은 대한골프협회와 함께 골프 대회가 열리는 코스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아파트 두 채를 숙소로 마련했다.
세계 최강 양궁을 30여년간 후원해온 현대차는 리우 올림픽을 맞아 현대차 R&D 기술을 양궁 장비 및 훈련에 적용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센터와 양궁협회의 협업을 통해 육안으로 알 수 없는 활 내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활 비파괴 검사’,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 불량 화살 분류에 도움을 주는 ‘슈팅머신’을 통해 선수단의 준비를 도왔다.
이번 올림픽 펜싱 금메달 박상영 선수의 뒤에는 SK ‘펜싱 드림팀’이 있었다. 10년 넘게 펜싱종목을 후원해 온 SK는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 영상분석관, 의무 트레이너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코치진을 꾸렸다.
코치진 운영에 드는 예산만 연간 2억 5천만원, 영상 분석 소프트 웨어 프로그램 구입에만 3천만원을 투자했다. 또 3D 모션 캡쳐 기술을 활용, 몸에 수십 개의 센서를 붙이고 훈련함으로써 움직임과 각도, 힘의 세기까지 면밀히 분석했다.
사격단을 운영하는 KT는 진종오 선수를 위해 스위스 총기회사 모리니(Morini)와 함께 2년에 걸쳐 단 하나뿐인 권총을 준비했다.
KT 사격단은 “진종오와 모리니가 색상, 방아쇠, 손잡이 등 모든 부분을 상의해서 만든 총”이라고 전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탄을 구하기 위해 영국 ,독일, 중국 등 실탄공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최적화된 실탄을 제공했다.
또한 스포츠개발원과 여자하키 대표팀의 GPS센서 훈련을 지원했다. 장비가격만 9천만원에 이른다. GPS칩셋이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면 선수 개개인의 이동 거리, 순간속도, 심박수 같은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선수별 맞춤형 전략을 내릴 수 있었다.
국가대표 체조 선수단을 후원해 온 포스코는 대한체육회와 함께 런던 올림픽에 이어 초당 7만장을 찍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분석을 통해 육안으로 확인이 힘든 근육 움직임 파악, 착지 실패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안정적인 기술이 가능토록 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사격이나 양궁 같은 조준 종목은 조그마한 흔들림이 승부를 좌우하는 만큼 특수 장비나 기술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심리와 성격을 진단하는 것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남녀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수확한 세계 최강 양궁 대표팀은 올림픽에 대비해 실리콘밸리의 ‘뉴로 피드백’ 뇌파 훈련 기술을 적용했다.
양궁 선수들이 활을 쏠 때 하는 모든 행동들을 세분화 해 뇌파를 측정, 행동별 집중 및 이완 정도를 분석하여 어떤 행동을 할 때 가장 집중력이 높은 상태인지를 피드백 해 이를 훈련에 반영했다.
KT는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면 집중력 강화, 긴장 이완 등 운동효율이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 노스페이스와 함께 근거리무선통신 기반의 NFC 기술을 접목한 운동복을 개발해 대한민국 선수단에 적용했다.
스마트폰을 NFC 태그가 부착된 운동복에 갖다 대면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선수들이 시합을 앞두고 음악 감상을 통해 마인드콘트롤을 하는 등 도움이 됐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선수단 전원에게 한정판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등 사기진작에도 힘썼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기업들의 스포츠 후원이 각사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스마트 내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히고 단순 후원의 차원을 넘어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스포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주요 기업은 리우 올림픽 28개 종목 중 10개 스포츠 협회장사를 맡아 작년 한해 예산의 3분의 1(총 157억)을 부담하고 국내 프로팀이 없는 육상, 양궁, 사격 등 14개 종목에 25개의 아마추어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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