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수사가 중반에 접어들었다. 롯데 골프장이, 애초 경상북도 성주군 성산포대에 배치된다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대체 부지로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수사 상황에 특히 눈길이 간다.
롯데 비리 수사 의지의 가늠자
검찰은 지난 6월 10일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7곳, 회장 및 핵심 임원의 자택, 롯데호텔 등 17곳을 압수 수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집무실과 평창동 자택,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거처와 집무실도 포함됐다. 검찰이 재벌 총수의 자택과 집무실을 압수 수색한 것은 드문 일이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와 매우 가까웠다. 과거 정부가 공군 조종사 안전 등의 문제로 막았던 제2롯데월드 공사를 이명박 정부가 허가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당시 수사 시작은 정치적 맥락으로 받아들여졌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가늠하는 눈금으로 거론돼 온 게 롯데 정책본부 임원들에 대한 수사 여부다. 롯데 정책본부는, 다른 재벌로 치면 기획조정실 또는 비서실 격이다. 일단 이 눈금까지는 왔다.
검찰은 최근 소진세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소 단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이다.
검찰은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장(롯데쇼핑 부회장),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롯데쇼핑 사장) 등도 곧 소환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당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가신이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후계자로 떠오르면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갈라섰다. 이 본부장은 현재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가신이다.
석유화학 엔지니어 출신인 황각규 실장은 1990년부터 신동빈 회장을 보좌했다.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취임하면서 한국 롯데그룹 경영에 발을 들였던 때다. 황 실장은 한국 롯데그룹에서 신 회장을 가장 오랫동안 보필한 가신으로 꼽힌다.
소 단장, 이 본부장, 황 실장을 소환하면, 한국 롯데그룹의 총수 가신 그룹을 거의 망라하는 셈이다. 아울러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그의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도 곧 소환할 방침이다. 서 씨 모녀는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이다.
롯데 골프장에 사드 배치 가능성…경영 악재, 그러나 총수에겐?
이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 롯데그룹 비리 입증을 위한 첫 발은 뗀 셈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검찰이 얼마나 깊이 칼을 찌를지에는 정치 변수가 작용한다.
경상북도 성주군 최북단에 있는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이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된다. 이런 논란과 현 정부의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 의지 등이 롯데 비리 수사에 입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영 관점에선, 롯데 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되는 게 악재다. 중국 언론은 사드 배치에 협조하는 한국 기업에게 보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롯데 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되면, 롯데 면세점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면세점의 주요 고객이 중국 관광객인 탓이다.
또 신동빈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중국 사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롯데의 중국 사업은 부실이 심한 상태였다.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격한 것도 이 대목이었다. 중국 사업의 부실이 더 심해지면,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다른 가능성도 있다. 롯데 측이 이런 부담을 감당하는 대가를 현 정부가 인정해주는 경우다. 그렇다면, 수사의 고삐가 느슨해질 수도 있다. 형사 처벌이 거론되는 총수 입장에선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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