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상주정치'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 강진에 머물고 있던 손 전 고문은 18일 민주화 운동 역사의 산 증인으로 꼽히는 박형규 목사의 별세 소식을 듣고 급거 상경해 빈소를 지키며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목사는 손 전 고문이 민주화운동을 할 당시 '나침판' 역할을 하고 손 전 고문의 결혼식 주례를 서는 등 각별한 관계이다. 손 전 고문은 지난해 11월에도 자신을 정계로 이끈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빈소를 내내 지켰다.
하지만 '하산'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과 공교롭게 겹치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더욱이 빈소에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정치적인 해석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다만, 손 전 고문은 19일 새벽까지 빈소를 지켜 잠시 쉬러 간 사이에 문 전 대표와 김 대표가 조문을 와 '조우'는 불발됐다.
손 전 고문은 이날 낮 다시 빈소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계복귀를 거듭 시사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 및 양극화가 심하고, 대우조선과 같은 기업들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지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남북관계는 절벽에 놓이고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동북아 안보정세가 극히 위험한 가운데 사드 배치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말 어려운 때이다. 박 목사님의 뜻을 꼭 받들어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그런 뜻을, 우리가 잘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고, 국민이 가진 불굴의 의지와 뜻을 세워 나라를 다시 세우고 민주주의와 번영과 한반도 평화를 함께 이루는 일에 우리 모두가 같이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다만 대선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자, 감사합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날 새벽에도 "우물에 빠진 돼지 같은 형국에서 탈출해야 한다"며 "우리 국민은 위대한 에너지와 정신을 가진 국민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주는 데 저도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단 손 전 고문 측은 "손 전 고문의 인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멘토의 빈소를 지키는 것으로,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빈소에서 손 전 고문과 대화를 나눈 한 정치인은 "당연히 정치를 재개하면서 한국 사회를 바꿔보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손 전 고문은 최근 사실상 '칩거'를 마치고 부쩍 바깥나들이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휴가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강진 토담집에서 맞이했고, 지난 7일에는 전남 하의도의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노골적으로 영입의사를 밝히고 있는 국민의당은 구애의 손길을 더욱 강하게 뻗치고, 더민주는 붙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등 정치권의 러브콜 경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손 전 고문의 제3지대행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 선언이 준비중인 저서가 출판되는 추석 직후, 즉 9월 안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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