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공조가 삐걱거리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18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우병우 수석의 자진 사퇴를 주장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19일 오전 9시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불신임하면서 우 수석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재신임을 확인했다.
정 원내대표가 우 수석 사퇴를 주장할 때만 해도 청와대와 상의가 있었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김재원 정무수석은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메지지를 보내 "어제와 오늘 정 원내대표와 만나거나 전화통화한 사실이 없고 물론 우병우 수석의 거취문제를 상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 8시 11분 경 김 수석에게 "우 수석 사퇴하는게 옳다는 뜻을 밝혔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 수석은 이에 대해 "언론에 말씀하신 것인지"를 묻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정 원내대표는 "네. 김도읍 (원내)수석이 먼저 언론에 밝혔고 저는 방금 전 페이스북에 글 올렸고, (이정현) 당 대표에게도 알렸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우 수석 사퇴 촉구는 정 원내대표 개인 생각인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에서도 균열 조짐이 엿보인다. 우 수석 사퇴론을 제기한 김도읍 원내수석 부대표는 친박계로 분류됐었다. 나경원 의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 수석 사퇴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며 "진상 규명해서 문제가 나왔다면 1초라도 기다릴 수 있겠느냐. 당연히 의법조치해야 하고, 그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우 수석이 현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 수석 사퇴론에 선을 그은 셈이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진상 규명 대상'으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함께 지목했다. 새누리당 공식 논평도 우 수석이 아니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겨냥하고 있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제 감찰관의 역할은 끝났으니 앞으로 이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우 수석과는 별개로 유출 의혹은 분명히 풀어야 한다"고 '유출 의혹'을 지목했다.
과거 '정윤회 문건 파동' 때 문건 내용이 아니라 문건 유출로 포커스를 맞춰 정국을 뒤집은 사례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찌됐건 우병우 수석이 기폭제가 돼 새누리당이 분열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정권 말기 현상이다. 여당의 투톱인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의견을 달리한 것은 상징적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전당대회에서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공염불이 됐다.
일각에서는 검찰, 경찰은 물론 언론사 내부에서도 '친 정권'과 '반 정권'파가 나뉘는 등, 전반적으로 혼란이 생기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의 '우병우 감싸기'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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